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법은 사라졌는데···보호감호 언제까지?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군사정권이 만든 사회보호법은 사반세기만에 사라졌지만, 이 법이 남긴 보호감호 제도는 앞으로도 수년간 더 자유를 제한할 전망이라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9일 천주교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보호감호 집행 중인 A씨는 옛 사회보호법 부칙 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최근 신청했다.
2004년 강도상해죄로 징역 10년 유죄판결이 확정된 A씨는 만기복역 뒤 지난해 4월부터 청송보호감호소(경부북부 제3교도소)에 수용돼 보호감호 집행 중이다.

군사정변으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정권이 1981년 제정한 사회보호법은 “이중처벌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권위주의시대에 사회방위를 목적으로 마련돼 위헌적”이라며 시행 25년만인 지난 2005년 여·야 합의로 폐지됐다.

하지만 폐지법 부칙 2조는 이 법이 사라지기 전 이미 확정된 보호감호 판결의 효력과 집행은 종전대로 이어가게 했다. A씨의 경우 폐지 한해 전 유죄판결과 함께 보호감호가 선고돼 형기를 다 채우고도 출소 대신 또 다른 수용생활을 이어가게 된 셈이다.
법무부가 천주교인권위에 정보공개한 자료(지난해 4월 기준)에 따르면 사회보호법 폐지 이후 보호감호가 집행된 전체 수용자수는 이미 집행을 마친 사람을 더해 총 677명. 이미 사라진 제도로 보호감호 수용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134명 중에서도 3명은 오는 2020년에야 집행이 끝나고, 여기에 징역형을 마치는 대로 보호감호 집행이 예정된 사람도 102명이다.

A씨 측은 “보호감호제는 일반 교도소보다 열악한 처우에, 사회복귀 촉진이라는 취지와 달리 징역형의 연장에 불과하다”면서 “헌법이 금지하는 거듭처벌 금지 원칙에 위반됨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보호수용제’를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부칙2조는 또 보호감호의 관리·집행에 관한 권한을 법무부 치료감호위원회의 손에 맡겨두도록 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피감호자의 신체의 자유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기본권 실현의 문제인 만큼 이를 법관에게 맡겨두지 않은 것은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 내지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중처벌에 대한 위헌성 문제로 보호감호제도를 폐지하는 마당에 이미 형이 확정됐다는 이유만으로 법이 폐지될 때까지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사람들과의 차별을 둔 것은 입법재량을 뛰어넘는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고 덧붙였다.

보호감호를 유지토록 한 사회보호법 폐지법률 부칙2조의 위헌성을 지적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7년에 이어 올해도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돼 헌재가 심리 중이다.

앞서 2009년 헌재는 해당 조항에 대해 “적지 않은 수의 보호감호 대상자를 일시에 석방할 경우 초래될 사회적 혼란의 방지, 법원의 양형 실무 및 확정판결에 대한 존중 등을 고려한 것”으로 “이중처벌이나 비례원칙에 위반해 신체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 볼 수 없다”며 합헌 결정했다.

당시 헌재는 “폐지법이 보호감호 집행을 행형법에 따르도록 한 취지는 보호감호 처분이나 자유형 집행이 모두 신체 자유를 박탈하는 수용처분인 점 등에서 차이가 없기 때문”이라면서도 “보호감호 처분을 형벌과 똑같이 집행한다는 취지는 아니므로 거듭처벌 내지 과잉처벌금징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외국의 경우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2011년 “피감호자를 일반공중의 이익을 위한 특별희생자로 만들기 때문에 보호감호에 내재하는 자유권 침해는 명백히 중대하다”며 “보호감호 집행은 수용자 뿐 아니라 일반공중에 있어서도 형벌집행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명백히 인식시켜야 하고 그렇지 않은 이상 위헌”이라고 판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주교인권위는 “헌재 합헌 결정 이후 5년 가까이 지났고 재판관도 모두 교체됐다”며 “군사반란 정권이 사회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일부 시민들을 사회로부터 추방시키기 위해 만든 제도가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헌재가 다시 심사할 수 있도록 법원이 위헌제청 결정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