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다른 탈주범에게 느꼈던 것도 그랬다. 홍길동처럼 신출귀몰했던 그는 결국 다시 돌아간 감옥에서 원통함과 절망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시도했는데, 유서에서 그는 원망 대신 "나로 인해 불안해했던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만약 가정 형편이 불우하지만 않았다면 명문대를 나와 검사나 판사가 됐을지도 모를 재주와 명민함을 보여준 그였는데, 나는 죄송하다는 그의 말에서 그가 판검사가 됐다면 분명 그를 단죄한 검사보다 정의로운 검사, 그에게 형을 선고한 판사보다 더 공정한 판관이 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자신을 모욕하고 나서야 다른 이들이 나를 모욕하게 된다'고 하는 옛말처럼 사과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이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과를 하지 못하는 인간에 대해서는 분노나 화를 낼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을 비천한 인간으로 전락시키는 그 무능에 대해 동정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 몇 사람이 실수나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본다. 사과가 더 큰 사과를 부르는 것이다. 이들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자신을 해치는 것으로 생각하는 가련한 이들이다. 이 '불우한 인간'들에게 연민을 보낸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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