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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의 눈] 현오석을 위한 변명

최종수정 2014.01.24 15:10 기사입력 2014.01.2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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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파문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카드사에 대한 '불신'은 더할 나위 없이 커졌고, 사람들이 몰려 카드교체나 해지의 '불편' 또한 만만치 않으며, 털려나간 정보가 악용돼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팽배해지고,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시원치 않다는 '불만'까지 겹친 이른바 4불(不)사태다. 여기에 불을 하나 붙인 것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어리석은 사람이 책임을 따진다"는 1차 발언과 "동의서를 잘 파악하지 않는 소비자도 신중하지 못했다"는 2차 발언에 언론들이 일제히 반격하고 나섰다. 경제 수장이라는 부총리의 불감(不感)이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런 공격은 갈피를 잃은 카드사태를 책임질 거물급 누군가를 찾던 언론에는 제대로 빌미를 준 셈이 됐다. 5불로 키워놓은 이걸 어쩔 것인가. 부총리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오늘 세 번째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반응은 시큰둥하다.

부총리의 문제 인식은 중요하다. 그가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느냐도 중요하며, 그의 발언이 신중이라는 미덕을 지니고 있느냐도 중요하다. 향후 경제 정책에 대한 믿음과도 직결되는 점이다. 그러나 그것이 카드사태의 해결책은 아니며 카드사태의 본질도 아니라는 점 또한 중요하다. 모두가 불신하고 불편하고 불안하고 불만스러운 이 가운데에, 과민한 여론을 업고 정의의 투사처럼 그 실언에 대해 융단폭격을 하는 것이 이성적이냐의 문제 또한 중요하다. 그의 발언이 현실적인 무지에서 비롯된 점까지 보이는 심각성을 포함하고 있긴 하지만, 우선 취지부터 들여다보고 따지는 게 순서이다.
첫 번째 발언에서 그는 현 상황에서 책임을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태를 규명하고 사태의 피해 확산을 막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다가 '어리석은 사람' 이야기를 꺼냈다. 이 말은 책임론을 거론하는 피해자들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만들었고 공분을 사게 됐다. 두 번째 발언에서 현재 금융소비자의 96%가 정보 제공 동의서를 잘 파악하지 않는 관행을 거론했다. 사실 정보 제공 동의서에 동의하지 않으면 가입 자체가 되지 않는 현실적 관행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간과한 발언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그 동의서를 잘 안 읽고 체크를 해온 점 또한 사실이다. 그 발언들이 말하려고 했던 것은 사태 규명과 피해확산 방지가 중요하다는 점과 이런 피해를 일으킨 시스템에 대해 주목하자는 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언은 실언이고 취지는 취지대로 읽는 것이 이성적이지 않을까.

나는 부총리와 일면식도 없고 그와의 개인적 이해(利害)관계는 전혀 없다. 경제수장으로서의 리더십이 부족하고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을 수행해나가는 데에 인상적인 역할을 해오지 못한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실언과 실격을 문제로 지금 부총리를 몰아붙이는 것이 카드사태를 푸는 정의 실현은 아니다. 덧붙여 말하면 나도 카드 피해자이며, 아직도 여러 정보가 유출됐다는 확인을 받은 그 카드를 교체하지 못한 불안한 금융소비자이다. 부총리의 실언을 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언론들이 대신 격앙해주는 그 여론대행이 나의 요즘의 불신과 불편과 불안과 불만을 잠재우는 데는 턱없이 못 미친다. 분노가 치민다고 본말을 뒤집어서 일이 해결되는 건 아니지 않는가. 냉정과 사태 직시라는 부총리의 취지를 듣는 귀도 필요하다.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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