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중간중간 빙 둘러보면 함께하는 동료들의 표정이 전과 달리 굳어 있거나, 각자 활발하게 의견을 내야 할 대목에서 나 혼자 목소리 높여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이게 아닌데' 싶어 흠칫 뒤로 물러서기도 여러 차례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온라인 강화 대책을 논의할 때도 그랬고, 연말연시 특집을 위한 회의 때도 마찬가지였던 거 같다.
더 심각한 건 그렇게 회의를 마친 뒤 '아, 이제 일을 좀 제대로 한 거 같다'는 자만심에 스스로 대견해했다는 것이다. '역시 내가 앞장서서 끌고 나가지 않으면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하는 뿌듯한 쾌감과 함께 '혹시 불의의 사고가 나거나 갑자기 병에라도 걸려 회사에 못 나오게 되면 그땐 어쩌지, 분명히 다들 나를 엄청 아쉬워하고 그리워할 거야' 하는 근거 없는 자존감에 으쓱으쓱 건들거렸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뒷덜미를 확실하게 잡힌 사건 하나가 발생했으니(사건이라고까지 하기엔 좀 거창하지만), 다름 아닌 ㅇ기자의 야릇한 표정이었다. 그날 회의도 어김없이 화기애애하게 시작해서 서먹서먹한 풍경으로 내닫고 있었고, 내 목소리도 점차 한두 옥타브 높아지면서 짜증기가 묻어나고 있었는데, 묵묵히 앉아있던 그의 안면 근육이 서서히 경직되면서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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