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원금부터냐 이자부터냐'…수은-국세청 '소송전'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보증기관 대위변제금 충당 순서 둘러싸고 갈등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수출입은행이 과세당국의 세금 부과에 반발해 행정소송 중이다. 수은은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에서 원고 일부 승소 결과를 얻었지만 양측 모두 불복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2심 판결은 올 1분기 중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수은과 국세청 간의 소송전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지방국세청은 당시 수은이 신용보증기관 대위변제로 받은 원리금 가운데 이자에 해당하는 부분을 소득으로 간주, 15.4%의 이자소득세를 부과했다. 금액으로 치면 약 10억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은은 부과 기준이 잘못됐다며 불복하고 다음 해 2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대위변제한 원리금의 충당 순서를 법원이 정해달라는 게 소송의 취지다.
수은이 대위변제로 받은 원리금 충당 순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순서에 따라 세금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같은 보증기관이 지급 불능인 차주를 대신해 은행에 원리금을 상환하면 이 돈은 원금과 이자 계정에 각각 충당된다.

그런데 어떤 부분을 먼저 쌓느냐에 따라 이자소득세 규모가 달라진다. 대위변제한 금액을 원금부터 충당할 경우 이자발생이 줄어들어 부과되는 세금은 자연스레 적어진다. 반면 이자부터 충당하면 원금은 고스란히 남게 돼 은행 입장에서는 이자소득이 계속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수은 입장에서는 원금부터 충당해야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쟁점은 보증기관과 차주를 동일한 대출계약 주체로 보느냐, 다른 주체로 볼 것이냐다. 차주(借主)와 대출계약을 체결할 때 은행은 일반적으로 여신거래 기본약관에 따라 결정한다. 하지만 보증기관 대위변제의 경우 '순서'와 관련된 별도 규정이 없다. 수은은 보증기관이 차주를 대신해 빚을 갚는 만큼 순서를 따로 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은 관계자는 "대위변제는 차주가 보증기관으로 바뀐 것일 뿐, 은행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도 "은행과 차주가 애초 약관에 따라 충당 순서를 정한 만큼 대위변제하는 보증기관도 이를 따르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과세당국 입장은 그러나 이와 다르다. 대위변제에 대해서는 은행과 차주 간 약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대신 순서가 정해지지 않은 경우 '연체이자-이자-원금' 순으로 대위변제금을 충당하도록 한 민법을 적용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서울지방국세청 관계자는 "은행과 보증기관 간 충당순서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민법을 근거로 세금을 부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수은과 과세당국 간 소송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신보가 대위변제한 금액만 해도 1조7938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권 전체적으로 내야 할 이자소득세가 재판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은 관계자는 "은행권 전체로 보면 대위변제에 따른 이자소득세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판결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이 있을 수 있다"면서 "보증기관과 함께 대위변제에 따른 충당 순서를 규정해두는 게 분쟁의 소지를 없애는 길"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25일만에 사의…윤 대통령 재가할 듯 [포토] 12년만에 서울 버스파업 "웰컴 백 준호!"…손흥민, 태국전서 외친 말…역시 인성갑

    #국내이슈

  • "애플, 5월초 아이패드 신제품 선보인다…18개월 만" 디즈니-플로리다 ‘게이언급금지법’ 소송 일단락 '아일 비 미싱 유' 부른 미국 래퍼, 초대형 성범죄 스캔들 '발칵'

    #해외이슈

  • 올봄 최악 황사 덮쳤다…주말까지 마스크 필수 [이미지 다이어리]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푸바오, 일주일 후 中 간다…에버랜드, 배웅시간 만들어

    #포토PICK

  • 첨단사양 빼곡…벤츠 SUV 눈길 끄는 이유 기아, 생성형AI 탑재 준중형 세단 K4 세계 첫 공개 벤츠 G바겐 전기차 올해 나온다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국가 신뢰도 높이는 선진국채클럽 ‘WGBI’ [뉴스속 용어]코코아 t당 1만 달러 넘자 '초코플레이션' 비상 [뉴스속 기업]트럼프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