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액 이견, 협상 시기, 최고 의사결정자 의중 등이 변수
10일 주요 외신 보도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 양 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 지원의 명령에 따라 중재안을 논의하기 위한 계획을 문서로 제출했다. 오는 2월19일 이전에 양 사 CEO가 내부 관계자 3~4인을 동행한 가운데 조정 경험이 풍부한 중재인과 만나 협상에 나선다. 애플에서는 팀 쿡 CEO가 나오며, 삼성전자에서는 신종균 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 사장이나 권오현 부회장이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때문에 CEO 간 협상에서는 이 액수 차이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합의점을 찾아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배상액 요구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지금까지 벌어진 특허소송전에서 애플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배상액 규모는 향후 특허 라이선스 금액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므로 양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금이 적기인가=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소송을 통해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다. 특허전 초반 '카피캣' 이미지가 덧씌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컸지만 삼성전자는 오히려 PC시장 시절부터 세계적 인지도를 쌓아온 애플과 공방을 벌이며 라이벌 이미지를 구축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애플을 추월해 1위 자리를 굳혔고 소송 과정에서 글로벌 특허전쟁 전략과 경험도 보완할 수 있었다. 애플도 삼성과의 특허전을 통해 선도기업이라는 점을 꾸준히 부각하는 등 양측이 모두 특허전의 혜택을 본 것이다.
◆결국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결단'= 무엇보다 양 사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결단이 중요하다. 애플의 경우 팀 쿡 CEO와 이사진에,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의 심중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일 발표한 그룹 신년사에서 "지난해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과 사활을 걸고 특허전쟁에도 시달려야 했다"며 장기전에 따른 피로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애플의 경우 특허소송전은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CEO 시절 시작한 싸움인 만큼 후임자인 쿡 CEO의 입장에서 쉽사리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지만, 얻을 것은 다 얻은 만큼 로열티 지불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선에서 마무리할 가능성도 있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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