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밝힌 두 회사의 납품비리를 보면 땅에 떨어진 기업인의 윤리의식을 절감하게 된다. 고위임원, 중간간부 가릴 것 없이 자기 주머니를 채우는 데 회사와 직책의 힘을 동원했다. 현대중공업 부사장급 본부장은 납품업체로부터 1억3000만원짜리 골프회원권을 상납받아 사용하다가, 해당업체에 되팔았다. 구매파트 간부는 협력업체와 20년 동안 28억8000만원을 받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 매달 1200만원을 월급처럼 챙겼다. 기소된 14명이 받은 검은 돈은 총 51억원, 1인당 3억6000만원에 이른다.
현대중공업뿐만 아니라 세계 2위 대우조선해양, 세계 3위 삼성중공업에서도 유사한 비리가 적발됐다. 조선업계에 총체적 비리 사슬이 형성된 꼴이다. 화승의 협력업체 중에는 리베이트를 거절하다가 거래가 끊겨 부도난 곳도 있다. 억대 연봉의 대기업 임원들이 중소 납품기업을 위협해 금품을 챙긴 행위는 직업윤리 추락의 극치다. 기업이 강조하는 준법경영, 기업윤리라는 말이 무색하다.
기업 부패가 비단 조선업계와 화승뿐일까. 준엄한 법의 집행, 엄격한 윤리경영이 절실하다. 하지만 근본은 기업인, 직장인 개개인의 직업윤리와 도덕성이다. 부패가 활개치는 나라는 행복도, 희망도 없다. 도덕성 회복을 위한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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