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이었다. 사전에 나오는 '천하게 아리땁다' 또는 '깊숙하지 못하고 되바라지다'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걸 세월이 아주 많이 흐른 뒤 비로소 알게 된다. 그 이후에도 수많은 착각 속에 살고 있다. 대표적인 게 "많이 안다"는 것이다. 출입처 한 곳을 몇 년씩 들락거리며 이런저런 기사를 쓰다보면 그 분야 전문가가 된 거 같은 자만에 빠지게 된다.
송년 및 신년특집이라고 사정이 다를 리 없다. 평소 쓰는 기사보다 양이 더 많은 데다 특집이니 더 힘줘 써야 한다는 강박 탓에 증세가 더 심해지기 십상이다. 이때 궁여지책으로 출몰하는 단골손님이 진단, 또는 분석, 평가, 전망 등등의 꼬리가 따라붙는 각종 '전문가' 집단이다. 기사의 전문성과 함께 객관성과 형평성까지 겨냥한 다목적 포석인 셈인데 의도는 가상하지만 문제는 성공확률이 높지 않다는 데 있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전문가군(순 우리말로 쉽게 풀면 '그 밥에 그 나물')이 언론 수준을 끌어올리기보다 깎아먹기 일쑤인 탓이다. 그나마 성공이라면 '그 밥 그 나물' 가운데 몇몇이 언론에 이름을 올린 덕에 몸값도 불리고 자리도 높였다는 정도(이게 언론의 순기능일까? 역기능일까?).
<치우(恥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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