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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수 줄어든 겨울철새, 언제 가면 많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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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십만마리 가창오리 군무 금강하구, 올해 2000마리뿐…10여만마리 해남으로 이동, 2월말에 절정

금강하구에서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가창오리들이 군무를 추고 있다.

금강하구에서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가창오리들이 군무를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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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철새들의 계절이 왔다. 겨우살이를 위해 추운 시베리아를 떠나 남쪽으로 내려온 철새들이 한국 곳곳에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겨울철새들의 군락지인 ▲충남 서산 천수만 ▲서천, 군산 금강하구 ▲전남 순천만 일대엔 해마다 기러기, 가창오리 등을 비롯해 노랑부리백로, 두루미, 큰고니, 저어새, 황새, 개리 등 멸종위종들이 쉬어간다.
때문에 겨울철이면 곳곳에서 철새 탐조투어로 인산인해다. 하지만 올해엔 기대만큼 많은 숫자의 철새들이 한반도를 찾지 않았다.

수십만마리 가창오리들의 화려한 비행으로 유명한 금강하구의 경우 21일까지 2000여마리의 가창오리떼가 왔을 뿐이다. 큰기러기 5000여마리, 쇠기러기 1만여마리 등 다른 철새와 비교해도 크게 부족한 수치다.

서천군 생태관광과 관계자는 “가창오리떼 군무를 보기 위해 사진동호회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지만 좋은 장면을 볼 수 없어 안타깝다”며 “다른 철새들 숫자가 조금씩 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까지 국내로 날아온 가창오리는 약 10만마리다. 이 오리들 대부분은 천수만이나 금강하구를 거치지 않고 전남 해남의 금호호, 고천암호 등지로 날아갔다.

가창오리떼가 금강하구를 거치지 않은 것은 지난해부터다. 2년 전 한 공중파방송의 예능프로그램에서 금강하구 가창오리 군무를 소개했고 그 뒤 수십만명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았다.

서천군 관계자는 “가창오리들은 소리와 강한 빛, 냄새 등에 민감하다. 그런데 많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오리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됐다. 오리가 날아오르게 한다고 돌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해에 많았던 가창오리는 지난해엔 한 마리도 볼 수 없었다. 금강하구가 생활에 위험한 곳이란 생각에 더 남쪽으로 내려간 것이다.

서천군 관계자는 “2000마리면 적은 수지만 가창오리들이 다시 찾았다는 데 반가운 마음이 더 든다”며 “관광객들이 멀리서만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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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개체 수 감소는 서천군만의 고민은 아니다. 이는 동아시아 철새들의 공통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9월 환경부가 발표한 ‘최근 5년간 오리 개체 수 변화’에 따르면 가창오리는 전해와 비교해 11만여마리 이상 줄었다.

환경부는 가창오리의 감소에 대해 주요 월동지인 서해안 일대 간척지 호수의 서식환경 변화, 번식지역인 러시아 시베리아의 수렵 및 습지 개간 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월동지의 서식환경 변화로는 오리류의 주요 서식지인 간척지 호수 주변 농경지에서 볏짚말이로 인한 낙곡 등 먹이가 줄었다. 여기에 간척지 호수 주변 환경개발에 따른 방해요인도 커졌다. 해마다 많은 철새를 볼 수 있었던 전북 새만금방조제의 경우 대형공사가 이어지면서 철새들이 이곳을 피하고 있다.

철새를 관광상품으로 내건 지방자치단체들 입장에선 철새감소는 수입감소로 이어진다. 때문에 철새들이 다시 찾을 수 있게 여러 아이디어들을 내놨다.

지자체에선 철새들이 편하게 쉴 수 있게 제방에 500m의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철새 보호에 나섰다.

군산시는 금강습지공원 부근에 대나무 인공섬을 띄우고 먹이를 줘 새들이 안심하고 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서산시 부석면 창리 서산버드랜드 부근에서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들이 먹이를 찾고 있다.

서산시 부석면 창리 서산버드랜드 부근에서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들이 먹이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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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환경에 민감하고 후각이 발달한 철새들을 배려하기 위해 탐조객들에게 밝은 옷이나 자극적인 향수사용을 자제토록 했고 철새와 교감할 수 있는 특수한 옷을 만들어 빌려줄 계획이다.

서산시에선 천수만 주변 들녘에 철새들의 먹이를 뿌려 놓았다.

철새 전문가인 백운기 국립중앙과학관 박사는 “전국적으로 따져보면 가을 철새들이 예년보다 많이 오지 않았다”며 “가창오리의 경우 국내엔 선발대로 볼 수 있는 10여만마리가 와 있을 뿐 본진이라 할 수 있는 수십만마리가 중국에서 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한반도까지 내려오기 위한 충분한 몸을 만들지 못했거나 이상기온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게 백 박사의 설명이다.

백 박사는 “정확하게 언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중국에서 철새 본진이 넘어오는 때를 2주쯤 뒤로 볼 수 있다”며 “올해는 이달 말과 내년 2월초에 가장 많은 철새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철새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은 한강하구다. 10월 말쯤 이곳에서 잠시 쉰 뒤 11월 초 천수만과 금강하구에 도착해 2주쯤 다시 몸을 추스른다.

그 뒤 11월 중순부터 전라도와 경상도로 흩어진다. 그리고 2월 초 다시 금강하구에 모여 북쪽으로 올라갈 준비를 한다. 철새들은 3월 초 이동을 시작, 그 말엔 모두 한반도를 벗어나 북쪽으로 떠나간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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