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들의 사생활-13장 떠나가는 사람들(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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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 가닥, 설마 했던 일이었다. 검찰청으로 송치되었다는 말은 곧 구속되어, 감옥으로 직행할 거라는 말과 다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감옥이란 여전히 어둡고 두렵고 기분 나쁜 곳이었다.


“변호사 말로는 고령인데다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 구속까지 시키겠느냐고 했지만 알 수가 없죠. 피해자 쪽에서 워낙 강하게 나오고 있으니까.” 남경희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피해자....?”


“그날 총 맞은 사람 있잖아요, 최기룡이라는 사람.....”

“음.” 하림은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다 송사장을 포함해 그들에겐 어떻게든 영감을 주저앉혀야할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합의만 되면 그래도 풀려날 가능성이 있다는데......” 남경희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그쪽 요구 사항이 뭐래요?”


“모르겠어요. 변호사를 통해 알아보고 있는데 지금은 그냥 강력한 처벌을 바란다고만 하고 있데요. 아버진 정신 병원에 간 이력이 있지만 그게 그리 유리한 작용을 하진 못한대요. 교회에 방화한 전력도 있고......”


“음.” 하림은 가볍게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럴 것이다. 그를 포함해 송사장 무리들로서는 이왕에 당한 것, 어쩌면 절호의 찬스를 잡은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강력하게 밀어붙이면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만큼 뜯어낼 것이 많다는 뜻이었다.


“내 생각으론 어쨌거나 그쪽에서도 곧 합의를 하자고 나올 거예요. 대신 조건을 달겠죠.” 하림이 말했다.


“어떤 조건.....?”


“뻔하죠. 돈이나 땅 둘 중의 하나겠죠. 그 중에서도 땅을 내놓으라고 할 게 더 가능성이 높겠지만..... 기도원 지으려는 자리, 즉 <차차차 파라다이스> 들어서려고 하는 자리 옆에 있는 땅 말이예요. 그게 없으면 맹지라면서요?” 남경희는 보일락말락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에게야 어쩌면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할테죠. 어쨌거나 아버지 땜에 걱정이 커시겠어요.” 마침 끓기 시작하는 물을 커피잔에 부으면서 하림이 위로삼아 말했다. 하림이 이층집 영감, 그러니까 남경희의 아버지를 자세히 본 것은 그날 경찰서에서였다. 함께 순찰차에 태워져 경찰서로 간 두 사람은 다른 차를 타고 온 이장과 같이 나란히 같은 방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마침 영감은 하림의 옆 낡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영감의 밀랍처럼 굳어져 있었고, 눈꺼풀이 반쯤 덮고 있는 눈은 텅 빈 것 같기도 했고 무언가를 쏘아보는 것 같기도 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오른 쪽 뺨에 깊은 흉터 자국 같은 게 있었다. 처음 경로잔치에 나타났을 때 그대로 런닝에 반바지 차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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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진 하사관이셨어요. 월남 전에 하사로 갔다 상사로 전역을 하셨죠.’ 언젠가 남경희가 해주었던 말이 기억났다. 귓가의 깊은 상처는 어쩌면 젊은 날 베트남에서 얻은 것일 지도 모른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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