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늦가을에 돌아보다, 황홀했던 인생봄날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고속도로(Highway)', 102 × 76cm, 2007년.

'고속도로(Highway)', 102 × 76cm, 2007년.

AD
원본보기 아이콘

라이언 맥긴리 '청춘, 그 찬란한 기록' 사진전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청춘(靑春)'. 푸른 봄, 젊은 시절을 뜻하는 이 단어는 오늘날 그 본래의 광채를 잃고 있다. 대신 세상과 화합하기 힘들 것 같은 불안과 좌절, 소외감이 청년들을 옥죄온다. 천편일률적인 경쟁의 파도 속에 애써 헤엄쳐보지만 잠시라도 밀려날까 두려워 한시도 편안하지 않다.

여기 몇 장의 사진들이 있다. 나체의 청년들이 풀숲에서 뛰쳐나와 지금 막 고속도로 위를 달리려고 한다. 자신들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절실한 것들에 '올인'하고픈 아이들은 어른들이 이미 세워놓은 인위적인 것들을 피하지 않고 맞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겠다는 양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당당히 전진하고 있다. 석양 무렵 어린 여자가 어린 남자에게 어깨동무를 한다. 두 남녀는 노을 빛 하늘을 함께 바라보며 태초의 아담과 하와처럼 모든 것에서 해방되고 자유로운 모습이다. 이런 사진들을 마주하며, 잠시 고요해진다. 젊은이들의 건강한 육체와 평화로운 풍경, 영롱한 빛이 우리가 잊고 있던 청춘의 본래 힘을 기억하게 한다.
수많은 작가들이 청춘을 노래하고 기록했지만, 이만큼 자유와 낙관, 해방과 순수, 일탈과 쾌락이 넘실거리는 청춘이 있을까.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ㆍ36)의 작품에선 근심과 우울, 방황은 찾아보기 힘들다. 청춘과 관련해 다른 사진작가들이 불안과 반항의 문화에 기운 것과 달리 맥긴리는 이를 해방과 쾌락으로 승화해 자유와 환희의 감정들을 한데 녹인 희망의 메시지들을 담아 왔다. 그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상의 순간들을 사진으로 생생하게 포착해 파티에서 술과 약에 취해 쓰러진 친구들의 모습, 동성간에 키스를 나누는 모습처럼 욕망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탈피하고 인간 본연의 자유로움을 거침없이 노출시킨다.

'어떤 풍경(Somewhere Place)', 183 x 280cm, 2011년.

'어떤 풍경(Somewhere Place)', 183 x 280cm, 2011년.

원본보기 아이콘

 
자신의 사진 작품 앞에선 라이언 맥긴리.

자신의 사진 작품 앞에선 라이언 맥긴리.

원본보기 아이콘

청춘과 모험, 자연을 진솔하게 포착해 담고 있는 맥긴리는 이미 24세의 이른 나이에 미국 휘트니 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 등 유수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젊은 사진작가다. 이런 그가 방한해 국내최초로 '청춘, 그 찬란한 기록'이라는 전시를 7일부터 열고 있다. 맥긴리가 14년간 작업해 왔던 작품들을 보여주는 전시로, 작가의 초년 시절 가족과 친구들의 모습부터 여름마다 떠났던 미국 횡단여행,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보여주는 애니멀(Animal) 시리즈, 미국과 유럽의 축제에서 만난 다양한 음악밴드 등 최근까지의 대표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맥긴리는 "'모험'이라는 단어를 정말 좋아하는데, 사진 작업 자체가 나에겐 모험"이라며 "젊은 사람들만이 가진 자유, 호기심과 반항정신을 광활하고 컬러풀한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녹이는 작업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을 위해 젊은 누드 모델들과 함께 바다와 호수 같은 자연을 찾는다. 모델들이 함께 놀고, 트램블린 위에서 방방 뛰고, 공중 위를 나는 모습들을 사진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맥긴리는 "누군가의 앞에서 누드로 포즈를 취하는 것은 대담하고 결단력 있는 행동이며 서로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 집안에서 막내로 태어나 뉴저지의 한 작은 외각도시에서 누나와 형들과 함께 살아온 추억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게 한 것"이라며 "일출 전 2시간, 일몰 후 2시간이 가장 부드러운 빛을 담을 수 있는 시간이라 이때 주로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을 처음 찾은 그가 느낀 인상은 어땠을까? 맥긴리는 "한국전쟁 당시 참전용사로 총상을 8번이나 입었던 아버지로부터 한국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오자마자 용산 전쟁기념관에도 다녀왔다"며 "서울의 동네들을 돌아다녔는데 한국인들은 옷을 멋지게 입는 것 같다. 패션사진 작업도 하는 나에겐 중요한 부분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3일까지. 대림미술관. 문의 02-720-0667.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어른들 싸움에도 대박 터진 뉴진스…신곡 '버블검' 500만뷰 돌파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국내이슈

  • 공습에 숨진 엄마 배에서 나온 기적의 아기…결국 숨졌다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해외이슈

  • 고개 숙인 황선홍의 작심발언 "지금의 시스템이면 격차 더 벌어질 것"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PICK

  • 1억 넘는 日도요타와 함께 등장한 김정은…"대북 제재 우회" 지적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