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맥긴리 '청춘, 그 찬란한 기록' 사진전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청춘(靑春)'. 푸른 봄, 젊은 시절을 뜻하는 이 단어는 오늘날 그 본래의 광채를 잃고 있다. 대신 세상과 화합하기 힘들 것 같은 불안과 좌절, 소외감이 청년들을 옥죄온다. 천편일률적인 경쟁의 파도 속에 애써 헤엄쳐보지만 잠시라도 밀려날까 두려워 한시도 편안하지 않다.
여기 몇 장의 사진들이 있다. 나체의 청년들이 풀숲에서 뛰쳐나와 지금 막 고속도로 위를 달리려고 한다. 자신들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절실한 것들에 '올인'하고픈 아이들은 어른들이 이미 세워놓은 인위적인 것들을 피하지 않고 맞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겠다는 양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당당히 전진하고 있다. 석양 무렵 어린 여자가 어린 남자에게 어깨동무를 한다. 두 남녀는 노을 빛 하늘을 함께 바라보며 태초의 아담과 하와처럼 모든 것에서 해방되고 자유로운 모습이다. 이런 사진들을 마주하며, 잠시 고요해진다. 젊은이들의 건강한 육체와 평화로운 풍경, 영롱한 빛이 우리가 잊고 있던 청춘의 본래 힘을 기억하게 한다.
청춘과 모험, 자연을 진솔하게 포착해 담고 있는 맥긴리는 이미 24세의 이른 나이에 미국 휘트니 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 등 유수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젊은 사진작가다. 이런 그가 방한해 국내최초로 '청춘, 그 찬란한 기록'이라는 전시를 7일부터 열고 있다. 맥긴리가 14년간 작업해 왔던 작품들을 보여주는 전시로, 작가의 초년 시절 가족과 친구들의 모습부터 여름마다 떠났던 미국 횡단여행,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보여주는 애니멀(Animal) 시리즈, 미국과 유럽의 축제에서 만난 다양한 음악밴드 등 최근까지의 대표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맥긴리는 "'모험'이라는 단어를 정말 좋아하는데, 사진 작업 자체가 나에겐 모험"이라며 "젊은 사람들만이 가진 자유, 호기심과 반항정신을 광활하고 컬러풀한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녹이는 작업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을 처음 찾은 그가 느낀 인상은 어땠을까? 맥긴리는 "한국전쟁 당시 참전용사로 총상을 8번이나 입었던 아버지로부터 한국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오자마자 용산 전쟁기념관에도 다녀왔다"며 "서울의 동네들을 돌아다녔는데 한국인들은 옷을 멋지게 입는 것 같다. 패션사진 작업도 하는 나에겐 중요한 부분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3일까지. 대림미술관. 문의 02-720-0667.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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