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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이 지난 집단학살, 뼈라도 찾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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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근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공주유족회 회장, “공주 살구쟁이 집단학살 추모공원 만들어야”

곽정근 유족회장이 집단학살된 희생자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곽정근 유족회장이 집단학살된 희생자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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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충남 공주시 상왕동의 한 골짜기, 마을 사람들은 살구쟁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이곳 4개의 매장지에서 319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하지만 추가발견된 다섯 번째 매장지는 예산부족으로 발굴을 하지 못했다.

23일 다섯 번째 매장지에 대한 발굴 현장설명회가 열렸다. 충남도 지원으로 10여일간 추가발굴이 벌어졌다.
4년 만에 햇빛을 보게 된 유해는 모두 61구다. 유해들은 등 뒤로 손이 묶였거나 깍지를 낀 모습이었다. 시신의 머리뼈는 구덩이 양쪽으로 향하게 놓여 있었다. 발굴단은 학살된 이들이 구덩이에 들어간 뒤 총살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 골짜기에서 집단학살을 당한 이들은 공주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 400~500명이다. 1950년에 육군특무대, 교도소경비대, 경찰 등에 의해 벌어진 일이다.

발굴현장에 아침 일찍 찾아와 설명회까지 말 없이 듣고 있던 곽정근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공주유족회 회장(80)의 손엔 눈물 젖은 흰 손수건이 있었다.
“두 살 위 형님이 곽우근이요. 사상범으로 전쟁 전에 공주형무소에 수감됐었는데… 제발 뼛조각 하나라도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지.”

유족회는 2009년 첫 발굴 뒤부터 해마다 9월에 위령제를 지내왔다. 곽 회장은 “예전엔 빨갱이로 몰리던 세상이라 말조차 꺼낼 수 없어 속앓이만 해왔다”며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집단학살을 불법행위라고 밝혀 이렇게 위령제를 지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10년 공주 상왕동 살구쟁이에서 1950년 7월9일께 공주형무소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 등 최소 400여명을 공주 CIC분견대(미군소속), 공주파견헌병대, 공주지역 경찰 등이 집단학살한 일은 ‘진실’이며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정부를 상대로 배상받기 위해 소송 중인 곽 회장은 “불법행위이므로 이 분들의 넋을 기리는 게 중요하다. 추모공원을 만들어 작은 위령비라도 세워 희생자들을 위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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