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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산울림' 무대에 오르는 '고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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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뮈엘 베케트의 고전..소극장산울림 개관 28주년 기념공연 8일부터

다시 '산울림' 무대에 오르는 '고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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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사뮈엘 베케트는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로 일약 전세계적 스타 작가가 됐다. '몰로이', '말론 죽다', '이름 붙일 수 없는 것' 등의 실험적인 소설을 발표해왔던 그는 '고도를 기다리며'로 연극계로 또 한 번 충격을 안겨다주었다. 발표 당시에는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지만 현재는 '20세기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고도를 기다리며'는 사뮈엘 베케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다주기도 했다. 당시 스웨덴 한림원은 "새로운 형식의 소설과 희곡으로 빈곤의 시대에 사는 현대인의 기품을 찾게 한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지만, 사뮈엘 베케트는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작품에 대한 궁금증의 대부분은 도대체 '고도'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어느 시골길에서 만난 블라디미르(디디)와 에스트라공(고고)은 마냥 하염없이 고도를 기다린다. 기다림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고, 더욱 부조리한 것은 약속의 시간도, 장소도, 목적도, 그리고 무엇보다 그 대상도 불확실하다는 사실이다. '고도'가 사람인지 사물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심지어 사뮈엘 베케트 조차 고도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디디와 고고는 기다림의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반대말 하기, 욕하기, 인사하기, 화해하기 등 다양한 '놀이'들을 주고받는다. 영국의 연극학자 마틴 에슬린은 이 작품을 '부조리 연극'이라고 칭하고, 이를 새로운 연극 운동의 방향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소극장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이 유명하다. 연극계의 거장 임영웅 연출의 손끝을 거쳐 1969년 극단 산울림의 창단 공연으로 초연됐으며, 1985년 소극장 산울림의 개관작도 이 작품이 차지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프랑스 아비뇽연극제, 아일랜드더블린연극제 등 해외 초청공연도 수차례다. 1990년 더블린에서의 공연 당시에는 "한국의 고도는 기다릴 가치가 있다", "기법 면에서 매우 훌륭하고, 작품을 관통하는 희극적인 맥락이 잘 짜여있다"는 호평을 받았다.

소극장산울림의 대표이자 불문학자인 오증자 서울여대 명예교수는 "거리도 드라마도 없는 연극, 멋진 배우도 남녀 간의 사랑도 없는 메마른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우리에게 지루함과 생경함, 그러면서도 신기한 재미를 주는 까닭은 바로 그 무대가 우리들의 일상이고, 다시 말해 우리의 인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임영웅 연출은 "복잡한 현대사회를 방황하는 인간을 발가벗겨서 무대 위에 올려놓고 구경하는, 그래서 인간을 산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연극"이라고 말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산울림표 '고도'가 무대에 올려진다. 소극장산울림 개관 28주년을 기념한 이번 공연은 10월8일부터 11월24일까지 진행된다. 1994년 이후 19년 만에 배우 이호성이 블라디미르로 돌아왔으며, 영원한 에스트라공 박상종의 활약도 기대해도 좋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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