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공헌 활동이 '자선(charity)'에서 '박애(philanthropy)'로 옮겨가고 있다. 개인적 이타심에 근원을 둔 기부에서, 조직적, 전략적으로 사람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박애로 바뀌고 있다. 가난한 사람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기보다는 빈민지역에 학교를 세우는 등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진료를 해주는 인도의 아라빈드 안과병원이 대표적이다. 이 병원에서는 내방 환자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농촌 등에는 직접 찾아가 무료로 진료도 해준다. 수많은 극빈층이 돈이 없어 시력을 잃고 그것이 다시 빈곤의 악순환으로 연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무료 진료로 소요되는 비용은 돈이 있는 환자들에게 받아 충당하는데, 진료 프로세스를 혁신적으로 개선해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연간 120만명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떠 빈곤에서 벗어나고 있다.
국내 한 대기업 재단도 미래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농산어촌 학습지원 및 중고등학생 인재 육성 프로그램 운영, 대학생 학자금 지원,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소외계층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재정지원에 그친 기존 창업 프로그램과 달리 성공한 사회적기업들의 멘토링, 시장진입에 필요한 역량 전수, 책임 창업이 가능한 후속지원 등 전폭적인 창업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욕구에 맞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부모가 장애인인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을 일대일로 맺어줘 공부는 물론이고 영화나 박물관, 전시회 관람 등 다양한 문화체험을 함께하는 '장애가정 청소년 성장-멘토링 학습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한국여성재단과 손잡고 다문화가정과 결혼이주여성의 자립과 자활, 직업 연계활동을 지원하는 '다문화가정 자립 지원 프로젝트'도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독일의 사회혁신 및 전략연구소 제너시스의 페터 슈피겔 소장은 책 '더 나은 세상을 여는 대안 경영'에서 경제와 사회를 조화롭게 만들어보자는 발상은 힘들지만 분명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간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풀어내려면 경제와 생태, 사회를 통합해서 사고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며 교육문제가 가장 절박하다고 주장했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금전적으로 지원을 하는 자선은 필요하다. 하지만 학교설립이나 일자리 제공 등 이들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결책을 제시하는 박애 개념의 사회공헌이 더 많이 확산돼야 할 때다.
김준호 우정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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