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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메신저]'비키니 너 어디로 비키니?'

최종수정 2013.09.05 11:01 기사입력 2013.09.0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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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이글거리는 태양과 확 트인 푸른 바다와 드넓은 백사장에서 갖가지 색깔로 숱한 여인들의 사랑을 받던 비키니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계절이 끝나 옷장에나 자리를 잡아도 상상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매력의 옷인 비키니가 그런 신세가 됐다.

발단은 이달 말 세계 각국의 미인 13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예정인 '미스월드 2013' 대회다. 미스월드 조직위원회는 지난 6월 이슬람 과격단체들이 “여성의 벗은 모습 안 된다”며 “반대시위로 대회 개최를 막겠다”고 위협하자, 비키니 행진 대신 참가자들에게 인도네시아의 전통 의상인 '사롱'을 입게 하는 타협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비키니를 걸친 눈부신 미녀들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비키니란 코코넛이란 뜻을 가진 남태평양에 떠 있는 산호섬의 이름이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섬의 이미지를 따서 수영복의 이름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1946년 7월, 미국은 성능이 달라진 원자폭탄 실험을 이 비키니섬에서 두 차례나 실시하였다. 섬이 초토화되었다. 생물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면서, 희한하게도 이 섬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 이변을 일으켰다.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의 디자이너 루이 레아(Louis Reard)가 비키니 수영복을 만들고 어떤 이름을 붙일까 고민하다가 당시 이 수영복이 끼칠 영향이 비키니섬에서 이뤄진 핵폭탄 실험만큼 클 것을 기대하며 '비키니'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결과는 핵폭탄 실험과 같은 충격을 줬다. 이 비키니를 입겠다고 나서는 모델을 구할 수 없어서 파리 시내 한 카지노의 스트립 댄서인 미셸 베르나르디니에게 사정해 겨우 첫선을 보이게 할 수 있었다. 수영장에 처음 비키니를 입고 등장한 이 댄서는 즉석에서 세계적 유명인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파는 핵폭탄과 같이 세계를 흔들었다. 로마 교황청은 부도덕한 옷이라 비난했고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서는 법으로 착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1950년대에 유럽에서의 유행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간 비키니는 1960대의 영 패션 시대와 함께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61년 백화사가 상어표 수영복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선을 보였다.

비키니라는 이름의 등장은 1946년이지만, 비키니는 일찍이 존재했었다. B.C. 3~4세기쯤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시칠리아 아르메리나 별장에 같은 차림의 여성들이 운동을 하고 있는 모자이크가 남아 있다.

비키니는 특별히 몸매가 근사한 여성이 아니어도, 나름 눈부신 여성성을 살려주는 마력을 가진 옷이다. 그러함에도 초기 비키니가 이 땅에 발을 디뎠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몇 년 전만 해도 특별한 사람들만 입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몸을 잘 가꾼 40~60대의 중년여성들까지도 비키니를 과감히 입는다.

시대를 초월해 자신의 몸매를 자랑하고 싶은 여성들의 욕구가 잠재해 왔다는 얘기다. “여성이 몸을 공공연히 노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시대의 흐름을 막고 있는 이슬람 율법이 언제까지 지켜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임혜선 기자 lhs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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