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름 휴가 장기화 등 수당 대신 휴가 택하는 직장인들 늘어나
한 민간기업 임모 부장은 8월 초 여름 휴가를 2주간 다녀와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직종이라 부장급들은 주말을 합쳐 4~5일 쉬는 게 보통인 곳에서 14일을 쉰 임 부장의 파격적인 휴가는 사람들 입김에 지금도 오르내리고 있다. 임 부장도 처음엔 망설였지만 "이번 만큼은 휴가를 제대로 즐기자"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가족들과 유럽 여행을 즐기고 왔다. 이후 임 부장의 회사에선 여름 휴가를 2주일 동안 가겠다는 이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이처럼 직장인들의 여름 휴가가 길어지는 현상은 최근 경총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여름 휴가 사용일수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평균 4.3일로 지난해보다 0.3일 길어진 것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2009년 4.4일 이후 가장 길었다. 기업들이 경기 불황에 따른 경비 절감 차원에서 휴가를 독려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떠나는 요즘 직장인들의 분위기도 작용했다.
이와 함께 '샌드위치 데이'에 연차 휴가를 내고 3~4일씩 여행을 즐기는 이들도 많아졌다. 예전엔 직장 상사 또는 동료 눈치를 봤지만, 요즘엔 가능하면 떠나고 보는 분위기다. 최근 광복절 연휴때 샌드위치 데이휴가를 사용한 수도권 직장인 이 모씨는 "요즘은 젊은 사람들일수록 돈보다는 여가 생활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져 상사ㆍ동료 눈치 보지 않고 샌드위치데이 때 휴가를 낸다"며 "회사에서도 능률이 떨어지는 샌드위치데이에 차라리 휴가를 가라고 독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두산그룹, 현대중공업, GS칼텍스, GS건설, 제일기획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 기업들은 최근 연차휴가를 합쳐 2주에서 최장 2개월까지 여름휴가를 다녀올 수 있는 '리프레시 제도'를 도입했다. 신한은행과 에쓰오일처럼 아예 2주간 리프레시 휴가를 다녀오도록 의무화한 경우도 있다. KT, SK텔레콤 등은 일정기간 근무한 경우 장기 휴가를 주는 제도를 실시 중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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