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다시 한 번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최다승 투수로 거듭난 류현진. 현지 매체들은 영리한 뉴욕 메츠 타선 공략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다. 선발투수로 포수 A.J 엘리스와 배터리를 이뤄 7이닝 1실점을 기록, 시즌 12승(3패)째를 올렸다. 안타 5개에 볼넷 1개를 내줬으나 삼진 3개를 유도하며 팀 타율 전체 28위(0.238)의 메츠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총 투구 수 107개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71개. 날카로운 제구로 시즌 17번째 퀄리티스타트를 일군 사이 평균자책점은 종전 2.99에서 2.91로 낮아졌다. 류현진의 호투 속에 다저스는 4-2로 승리,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자리(69승50패)를 공고히 했다.
현지 중계진은 안정적인 투구 관리에 주목했다. 다저스 전담 캐스터 빈 스컬리는 “류현진이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며 “모든 공의 컨트롤이 빼어나 보였다”고 감탄했다. 지역 매체들은 류현진과 타선을 모두 칭찬하고 나섰다. 특히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한국에서 온 루키가 메츠 타선을 상대로 7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며 “타선이 뽑은 4점은 류현진이 승리를 챙기기에 충분했다”고 평했다.
AP통신 역시 칭찬 대열에 합류했다.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류현진을 꼽으며 “지난 8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첫 완봉승 이후 최근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91을 기록 중이던 하비의 상승세를 넘어섰다”고 놀라워했다. 하비에 뒤지지 않는 기량에 돈 매팅리 감독도 “홈런 한 개를 맞았지만 이후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며 “충분히 동등하게 경기를 이끌어줬다”고 극찬했다.
사실 류현진의 출발은 다소 불안했다. 공 2개만으로 선두타자 에릭 영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으나 이내 후안 라가레스에게 왼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맞았다. 시속 85마일의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에 밋밋하게 꽂혀 그대로 실점을 허용했다. 류현진은 후속 대니얼 머피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았지만 3루수 앞 병살타로 한숨을 돌렸다. 체인지업에 이은 시속 91마일의 패스트볼로 말론 버드의 타격 포인트를 흐트러뜨렸다.
류현진은 3회 처음으로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상대 선발투수 맷 하비를 3구 삼진으로 간단하게 처리한 뒤 패스트볼을 앞세워 후속 에릭 영의 루킹삼진을 이끌었다. 앞선 맞대결에서 홈런을 때린 라가레스는 시속 81마일의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던져 유격수 앞 땅볼로 잡았다.
류현진은 4회 선두타자 대니얼 머치를 중견수 뜬공으로 유도했으나 이내 연속 출루를 허용해 두 번째 위기를 맞았다. 커브와 체인지업이 제대로 꺾이지 않아 버드와 새턴에게 각각 우전안타와 3루수 앞 내야안타를 맞았다. 류현진은 1사 1, 2루 위기에서 변화구를 계속 결정구로 택했고, 이내 효과적인 결과를 이끌었다. 시속 83마일의 슬라이더로 터너를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고, 시속 80마일의 체인지업으로 존 벅을 유격수 앞 땅볼로 이끌었다.
큰 고비를 넘긴 류현진은 5회부터 흠 잡을 데 없는 투구를 선보였다. 퀸타니아와 영을 투수 앞 땅볼로 잡았고, 맷 하비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삼자범퇴 쇼는 6회에도 재현됐다. 라가레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유도했고, 머피와 버드를 각각 1루수 뜬공과 유격수 앞 땅볼로 돌려세웠다. 투구 패턴을 달리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류현진은 5회 결정구로 모두 패스트볼을 던졌다. 6회는 주 무기인 체인지업으로 승부를 봤다.
영리한 투구는 7회에도 이어졌다. 1사에서 터너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으나 체인지업과 커브를 적절히 활용, 후속 벅과 퀸타이나를 각각 3루수 앞 땅볼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류현진의 계속된 호투에 다저스 타선은 특유 응집력으로 화답했다. 그 선봉장은 간판 헨리 라미네스의 부상으로 선발 기회를 잡은 닉 푼토. 0-1로 뒤진 5회 1사 1, 3루에서 하비의 바깥쪽 시속 97마일 패스트볼을 공략, 좌익선상으로 흐르는 2루타로 연결했다. 그 사이 주자들이 모두 홈을 통과해 다저스는 2-1 역전에 성공했다.
기세를 올린 다저스는 6회 2점을 추가,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번에는 지난 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쓰리런을 때려 류현진의 승리를 도운 A.J 엘리스가 한 몫을 했다. 2사 2, 3루 찬스에서 하비의 시속 96마일 패스트볼을 때려 좌전안타로 연결했다. 그 사이 주자 2명이 홈을 밟아 다저스는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메츠는 필승 선발카드 하비의 부진으로 경기를 계획대로 풀어가지 못했다. 그 탓인지 타선은 경기 중반부터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에 배트를 휘두르는 등 다소 집중력을 잃은 모습을 노출했다. 9회 벅의 적시타로 1점을 따라붙었으나 더 이상 점수를 얻지 못해 결국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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