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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난 고비 넘긴 뒤엔…절전 생떼 쓴 한전 노력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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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6000명 현장 보내 6만곳 절전 독려
얼굴 맞댄 설득으로 성과 이뤄
지인 54만통·고객 18만통 전화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4가에 위치한 롯데제과 영등포공장은 아이스크림 제조 공장으로 제품 특성상 여름철에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다. 전력난이 심각하다지만 롯데제과 입장에선 여름 한철 공장을 쉼 없이 돌려도 모자랄 판이다. 생존권이 달린 만큼 전력 사용이 많다고 비난만 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국가적인 절전운동의 주무기관인 한국전력 공사는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서울 지역에는 롯데제과 영등포공장처럼 큰 공장이 없어, 반드시 이 공장을 수요관리 고객으로 유치해야만 했다. 한전 남서울지역본부 판매사업실에서 수요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구자홍 과장은 매일 롯데제과 공장을 방문했다. 수요관리 제도에 참여해 달라는 읍소 차원에서다.

"말도 안 된다"며 퇴짜 맞기를 여러 차례. 구 과장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아가 설득했다. 공장을 세우지 않고도 비상발전기를 돌릴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수요관리 제도에 참여하면 일정 부분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점, 국가적 전력 수급 위기 상황에서 대기업의 참여가 절실하다는 점 등을 수차례 반복해 이야기했다.

결국 롯데제과 영등포공장은 1억5000만원을 들여 조업에 차질 없이 수요관리 제도에 참여할 수 있는 배전동기화 설비를 6월 말 준공했다. 이 공장의 안정수 선임은 "좋은 취지로 참여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며 "전국 공장에 배전동기화 설비를 추가 설치해 수요관리 제도에 적극 참여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12~14일 올 여름 들어 최악의 전력난이 의외로 싱겁게 지나간 데는 한전의 수요관리 활동이 톡톡한 역할을 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6000여명의 직원에게 사흘 동안 일상 업무를 중단하고 전력 다소비 현장으로 갈 것을 지시했다. "기업들이 무조건 절전에 동참케 하라"는 것이었다. 한전은 12~13일 약 6만곳의 고객 방문, 54만통의 지인 전화안내, 18만통의 고객 전화안내 등 전방위 절전 활동을 동시에 펼쳤다.

한전 경기북부본부의 경우 전체 직원 900명의 절반을 계약 전력 3000kW 이상의 각 공장 전기실에 배치했다. 현장에서 직접 한전의 절전 규제 및 각종 수요관리 대책에 동참할 것을 부탁하라는 뜻이다. 약정을 맺지 않은 작은 규모의 공장과 상가에도 직원 1~2명씩 조를 이뤄 상주시키거나 돌아다니면서 절전을 유도하게끔 했다.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은 중소 공장 고객은 물론 심지어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절전을 당부했다. 조 사장도 지난 6월부터 지난주까지 7차례에 걸쳐 10개 업체에 직접 찾아가 절전 활동을 독려했다. 조 사장은 전 직원에 e메일을 보내 "부모, 형제, 지인 등 최소 10가구 이상에 전화나 문자로 절전을 요청할 것을 당부하면 최소 20만kW 정도의 절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전력 위기 속에 전국의 예비전력이 400만kW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은 한전 전 직원이 수요관리 활동에 뛰어든 결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12일의 경우 당초 정부의 수요관리 목표량이 460만kW였는데 이보다 60% 많은 735만kW를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한전의 별도 수요관리 활동으로 인한 절감량은 160만kW였다. 전력 수급 경보 단계로 따지면 4단계인 '경계'에서 1단계인 '준비'로 낮출 수 있었던 셈이다. 한전은 13일에도 수요관리 활동을 통해 120만kW를 추가 감축했다.

만약 하루 160만kW를 '주간예고 수요관리' 제도를 시행해 감축한다면 약 50억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 비용을 아낀 것이다. 3개 화력발전소가 만들어낼 수 있는 전기량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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