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패배자, 매케인에게 배운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독일의 언론인 볼퓨 슈나이더는 자신의 책 '위대판 패배자'을 통해 "우리는 승리자들을 경탄하면서더 미워한다"며 "우리가 연민을 느끼고 공감하는 이들은 실패하거나 승리를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우리들 대다수는 승리자이기 보다는 패배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패배를 하느냐, 패배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는 중요하다. 다시금 새로운 승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승리를 위해 비정하고 혹독하게 애쓴 승리자들보다도 패배자들이 세상을 위해 더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존 매케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첫번째 대선 맞상대였다. 매케인은 대선 패배 뒤에도 정치행보를 이어가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큰 비판자이자, 협력자 역할을 해왔다. 오바마의 가장 큰 정적이자, 우군인 셈이다. 매케인에게서 위대한 패배자의 모습을 찾아본다.
미국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전쟁영웅이다. 베트남 전쟁에 공군 조종사로 참전했던 그는 1967년 10월 하노이 폭격 중에 격추되어, 심각한 부상을 입은채 북베트남 군의 포로가 됐다. 그는 포로생활 수감 중 남들보다 먼저 본국에 송환될 기회가 있었다. 베트남군은 매케인의 아버지가 태평양함대사령관이라는 점을 이용해 그를 선전전에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매케인은 생포된 순서에 따라 석방되어야 한다며 이를 끝내 거부했다. 매케인의 아버지 또한 아들이 갖혀 있던 하노이에 대한 공습을 중단하지 않았다. 매캐인은 1973년 파리 평화 조약을 통해 다른 포로들과 함께 미국에 돌아왔다. 재활 과정을 거쳐 고문 후유증를 딪고 비행사로 복귀했던 그는 1981년 대령으로 예편했다.
이후 정치인의 삶을 살았던 그는 하원의원을 거쳐 애리조나주의 상원으로 활약 했다. 그는 전통적인 공화당 당론과 달리 민주당의 정책과 협력하는 등 독자적인 노선을 걸으며 주목을 끌었다.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 공화당 경선에 출마해, 경선 초기 선전했지만 결국 조지 부시에 패배해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지 못했다.
2004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존 케리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됐지만, 그는 케리로부터 공식적으로 제안을 받지 않았다고 밝히며 설령 제안을 받았다 하더라도 거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4년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의 선거를 지원했다.
매케인은 2008년 대통령 선거에 다시 도전했다. 상대는 오바마였다. 매케인은 미국 유권자의 46%로부터 지지를 얻었지만, 53%의 지지를 얻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매케인의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자신이 아니라 전임 대통령인 조지 부시의 실정에 금융위기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그는 리먼브라더스 파산 전만해도 오마바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미국에 이어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는 그를 승리에게 멀어지게 만들었다.
대선 패배 당시 매케인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매케인은 오바마 당선이 확실하다는 보도를 접한지 15분 만에 대선 승복을 선언했다. 혹시나 하며 기다리지 않은 채 그는 곧바로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오바마는 역사적인 승리를 통해 자신과 미국을 위해 대단한 일을 해냈다"며 "오바마는 나의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정치에서 은퇴하지 않은 매케인은 애리조나주의 상원의원을 계속 맡으며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칭찬 모두를 아끼지 않는 역할을 맡았다.
매케인은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당시 "축하한다"고 말해, 오바마 대통령 수상 자격 논란을 가라앉히는데 기여했다. 또한 2011년 1워 8일 민주당 가브리엘 기퍼즈 하원의원의 정치행사 과정 중에 발생한 총기난사 희생자들의 추모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했던 연설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도중 51초가량 침묵하며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는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매케인은 오바마의 연설에 대해 워싱턴포스트에 기고를 통해 "나는 대통령의 정책에 있어 많은 부분에 이견을 갖고 있지만, 그가 자신의 임기를 미국의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쏟아부을 애국자라는 것은 진심으로 믿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신념과 믿음이 미국을 이끌기에 부족하다거나 우리의 건국 이념에 반대된다는 일체의 주장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군사외교분야에 있어서 전문가인 매케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대외전략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오바마는 이전의 대규모 병력으로 압도적인 전쟁을 치르는 전략 대신 드론과 특수부대, 현지인들이 직접 독재정권을 붕괴시키도록 하는 등 저강도 개입전략을 펼쳤다. 이에 대해 매케인은 "오바마 정부가 칭찬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호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외에도 매케인은 총기정책, 이민법 개혁 등 현안에 있어서도 오바마 정부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매케인이 오바마를 일방적으로 두둔한 것은 절대 아니다. 매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문제에 더욱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고 촉후했으며, 대북 정책 등에 있어서도 강력하게 비판했다. 1기 내각에서는 오바마의 경기 부양법안을 강력히 비판했으며, 건강보험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 대다수가 반대한다"며 "아직도 선거운동을 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매케인은 여전히 공화당내에서 힘있는 상원으로 활약하면서, 미국과 오바마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도록 비판과 칭찬을 바꿔가며 꺼내들고 있다. 올해 만 76세인 매케인이 다시 대선에 나갈거라 기대할 수는 없다. 분명 그는 미국 대선에서 패배자이지만, 그는 '위대한 패배자'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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