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뚜껑 열고 살아나는 금리, 세계경제 '요동'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2008년 시작된 세계 경제위기 이후 주요국들의 중앙은행은 초저금리와 채권 매입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통화완화 정책 대오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세계 경제는 요동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은 보조까지 맞춰가며 기준 금리를 0% 수준으로 낮췄다.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대규모 채권도 사들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정책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독일 데카방크의 울리히 카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며 "특히 각국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미 FRB가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미 경제의 경우 일정 수준 안정화를 보여 통화정책 변화가 가능하지만 그 동안 이어져온 경기회복 기반이 사라지면 회복세는 타격 받을 수 있다고 최근 지적했다.
슈피겔은 미국의 정책 변화가 유럽ㆍ아시아 시장에 영향을 미쳐 디플레이션 및 국채 금리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위험에도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이 '출구전략'을 검토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언제까지나 지금 같은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통화완화 정책은 결국 자산 가격의 폭등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더욱이 '정상화' 과정이 늦춰질수록 정상화 과정 중 감내해야 할 고통은 더 크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벤 버냉키 FRB 의장은 미 의회에서 몇 달 안에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그의 발언은 모기지 금리 및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 동안 모기지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미 주택 시장 회복에 한몫했다. 그러나 모기지 금리는 5월 초 3.35%에서 현재 4% 수준으로 올랐다. 미 국채 10년물의 수익률도 같은 기간 1.7%에서 2.1%로 상승했다. 수치상 변화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시장 관계자들에게 공포를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도이체방크의 다비드 폴커츠 란다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상황으로 판단컨대 현재의 극단적인 통화완화 정책이 장기간 유지될 수 없다"며 FRB의 통화정책 변화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오는 가을 FRB의 양적완화 규모가 월간 850억달러(약 95조7950억원)에서 600억달러로 줄고 내년 하반기 단기 기준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만으로 조기 기준 금리 인상까지 내다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 행위자들이 과거 기준 금리 인상 시점을 2015년 중반쯤으로 전망했으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접한 뒤 내년 후반으로 수정했다고 13일 전했다.
제이미 카루아나 국제결제은행(BIS) 총재는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긴축 정책에 나설 수 있는 자율성을 회복해야 한다"며 "은행ㆍ가계ㆍ기업은 부채 감축으로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정부도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FRB 통신'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존 힐센래스 기자는 "FRB의 정책방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FRB는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축소가 양적완화 종료를 의미하지 않으며 기준금리 인상은 상당 기간 뒤 단행될 것'임을 재확인할 듯하다"고 전망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2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현 저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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