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화 뒤처지면 망하는 은행 나온다
막오른 금융권 빅뱅 <3·끝> 생존경쟁 시작됐다
위기 15년 주기설 모락모락...경영권 승계 등 지배구조 확립 절실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국내시장은 포화상태입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제 생존을 고민해야 합니다. 영업점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해외 진출 전략의 기조도 바뀌어야 합니다. 아시아 신흥국가를 우선 공략하는 게 필요합니다." 최근 한 시중은행 전략회의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프리젠테이션이 진행됐다. 참석한 임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한 임원의 질문에 갑자기 회의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그럼 만약에 이렇게 했는데도 실적이 안 나오면 자네가 책임질 수 있나? 새로운 회장의 의견도 중요할텐데...."
최근 만난 한 시중은행 임원은 "금융권의 해외진출 전략이요? 솔직히 빛좋은 개살구지요. 선진국에 가서 변변히 영업하는 국내 금융사가 어디있습니까? 씨티나 푸르덴셜이 국내에서 영업하듯 우리나라의 국민은행이나 삼성생명이 선진국에 가서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게 진정한 해외진출이지요"라고 토로했다.
국내 금융권의 글로벌 지수는 유독 낮다. 금융산업은 전형적인 내수 산업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2년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 금융시장의 성숙도는 144개 국 가운데 71위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수익의 절반을 자국이 아닌 세계시장에서 얻고 있지만 우리나라 은행들의 해외 수익은 5%에 머물고 있다.
은행원들을 만나면 누구나 예외없이 금융업의 경영 환경의 악화를 우려한다. 저금리 기조에 순이자마진율(NIM) 악화, 최근의 경제민주화 바람까지. 하지만 말 뿐이다. 실제로는 "회장이 누가 오느냐" "인사가 대폭 있을 거냐"에 더 관심이 많다.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부분이 결국 은행 경쟁력을 갉아먹은 근본원인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우리금융 KB금융 등은 차기 회장 선임을 앞두고 업무가 올스톱 됐었다. 우리금융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7.8%나 줄었다.신한이나 하나 등은 사정이 좀 낫지만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MF) 구제금융을 겪으면서 국내의 수많은 은행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부실화 된 은행이 시장에서 강제적으로 퇴출당하고, 수천명의 은행원들이 직장을 잃었다. 불과 4~5년 사이에 10개가 넘는 은행이 사라졌다. 이전까진 생각도 못했던 모습이었다.
그로부터 15년여가 지난 지금, 은행권은 또 다른 의미의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한국 은행들이 중장기적으로 수익성과 신용도 악화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15년 전과 같이, 자고 일어나 보니 은행이 사라지는 일이 없으란 법이 없다.
은행권이 경쟁력을 갖고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금융의 산업화가 필수적이다. 제조업 지원의 도구로만 기능할 때 금융은 그저 수단일 수밖에 없다.
금융의 산업화에는 '지배구조'라는 문제가 필수적으로 따른다. 의사결정, 이사회와 감사의 기능, 경영자와 주주와의 관계가 안정적이어야 제대로 된 경영 전략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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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해외 진출, 점포 축소, 스마트금융 강화 등의 전략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5년 후 정권교체와 함께 회장이 교체되면 모든 전략이 전면 수정되는 상황이다. 매 5년마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는 구조에선 중장기 경영전략이 나올 수 없다.
송옥렬 서울대학교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아직 우리나라 은행에선 경영권 승계에 관한 확립된 관행이나 실무가 자리잡고 있지 않아 CEO 교체 시기 때마다 리더십 부재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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