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보다 육아 때문에 이사"
신세대 맞벌이 부부 거주지 선택, 자녀 교육환경 등이 최우선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경기도 분당신도시에 사는 P건설사 최모(40) 과장은 조만간 용인으로 이사를 갈 계획이다. 직장이 분당인데도 보금자리를 옮기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육아 때문이다. 세 살짜리 딸을 돌봐주는 육아도우미가 용인으로 집을 옮기며 "멀어서 이젠 아이를 맡아보기 힘들다"고 얘기한 직후 덩달아 이사를 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최씨 부부는 늘어나는 출퇴근 시간보다 아이를 돌볼 도우미가 가까이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홀로 아이를 남겨두고 맞벌이를 할 수는 없어서다.
# 수원시에 소재한 S사에 근무하는 이모(35) 대리는 2년 전 수원에서 영등포구 문래동으로 이사했다. 틀에 박힌 실내수업보다 야외수업 비중이 높은 일명 '숲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서다. 문래동에 있는 '꿈땅자연학교'는 매일 야외로 나들이를 가고 나이나 발달성향별로 반을 나누지 않는 대안유치원으로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씨는 출퇴근 시간이 몇 배나 길어진 것을 감내해야 했다.
직장과 멀어져도 육아를 위해 기꺼이 이사를 감행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맞벌이 부부들이 육아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직장생활을 병행하기 어려운 탓이다. 또 자녀를 적게 낳아 잘 키우자는 분위기가 자리 잡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꿈땅자연학교 관계자는 "라디오에 소개된 후 유치원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늘어났다"며 "통학버스가 닿지 않는 서울 먼 곳이나 경기도 등지에서 살던 이들이 차로 데려다주다 결국 인근으로 이사를 온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문래동 인근 W공인 관계자는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인근 집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2년 주거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사계획을 가진 10가구 중 1가구는 '육아와 교육환경'을 이유로 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내 이사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213만가구) 중 '자녀양육 및 교육환경'을 이유로 꼽은 비율은 9.1%(19만3830가구)였다. 2년 내 이사 계획이 있는 자가 소유가구(46만가구)중에서는 12.2%(5만7000여가구)가 '자녀양육과 교육환경'을 이유로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일반적인 육아에 따른 거주지 이전 장소는 자녀를 맡아줄 친가나 외가 근처다. 동작구 상도동으로 올 초 이사한 박모(37)씨는 "아이가 지금 세 살인데 부모의 관심이 절대적인 시기이고 어린이집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장모님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신림동 처가와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을 찾다보니 이곳으로 이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맞벌이를 하는 젊은 부모들이 좀더 믿을 수 있는 보호자를 찾거나 알찬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집을 옮기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어린이집 교사의 아이 폭행사건 등이 심심찮게 나타나는 것도 요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젊은 학부모들의 관심이 아이 돌보기와 교육 등에 쏠리고 있다"면서 "주택 구매를 선택하는 주요 기준이 직장이전보다는 육아문제가 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주택분양 시장에서는 육아가 주요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한다. 반도건설이 지난 3월 분양한 '동탄2신도시 반도유보라'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에는 교육법인 조선에듀케이션의 노하우로 운영되는 어린이집 '키즈스쿨'이 신설될 예정이다. 함 센터장은 "신규 분양단지의 경우 어린이집을 단지 내에 짓거나 영어학교를 유치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어모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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