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서울특별시의회 의장

김명수 서울특별시의회 의장

AD
원본보기 아이콘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중에 일어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정말 귀를 의심케 하는 사건이다. 이 사건이 국내 언론은 물론 해외 언론에도 보도되면서 대한민국 국격(國格)은 땅에 떨어졌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에서 거둔 성과마저 빛을 잃게 했다.


박 대통령은 한미 동맹 60주년을 맞아 한미 동맹을 기존의 안보ㆍ경제를 넘어 '신뢰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비전을 제시했고, 대북 문제에 있어서도 양국 간 공조를 더욱 확고히 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방미 성과에도 불구하고 윤 전 대변인의 상식을 벗어난 행동은 박 대통령의 성공적인 정상외교까지 관심 밖으로 밀어냈다.

청와대 대변인은 단순히 '대통령의 입'이 아니다. 윤 전 대변인이 언급했듯이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다. 정상적인 대변인이라면 다음 날 행사를 점검하고 당일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챙겨야 할 시간이었다. 대사관 여성 인턴만 따로 불러 밤늦게 술자리를 가진 것은 그 자체로 용납이 안 되는 행동이다.


그것도 모자라 윤 전 대변인은 스스로 저지른 행위에 대해 반성하는 기미가 전혀 없다.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피해를 본 인턴 여성의 업무 미숙을 탓했고, 상관인 이남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사태의 본질을 흐렸다.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운운했다.

이번 사고는 여론을 무시한 불통인사가 가져온 결과다. 불통인사로 인한 피해는 너무나도 컸다. 수준미달의 인사를 발탁한 잘못에 대해서 대통령은 뒤돌아봐야 할 것이다. 거듭된 자질 논란에도 박 대통령은 여론을 무시했다. 윤 전 대변인을 발탁할 때 이번 사건을 예상할 수는 없었겠지만 박 대통령이 윤 전 대변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귀 기울였다면 오늘 같은 수모가 과연 있었을까?


사정이 이렇다면 박 대통령의 사과는 '불통인사'의 책임부터 먼저 인정하는 것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불통인사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도 '피해자'라는 식으로 얘기했다. 분노에 휩싸인 국민의 마음을 이해하고 국민의 눈으로 봐야 했지만 박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사과의 진정성을 입증하려면 지금 같은 미온적인 태도가 아닌 신속하고 강력한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정확한 진상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윤 전 대변인을 미국으로 다시 돌려보내 미국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게 해야 할 것이다. 인턴 여성과 주장이 확연히 다른 상황에서 국내 수사기관의 조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내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 결과를 내놓아도 국민이 믿기 어려운 것은 뻔하다.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실을 밝히고, 미국 법을 위반했을 경우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 땅에 떨어진 국격을 그나마 살릴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지적해야 할 것이 있다. 국민들은 윤 전 대변인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 기강이 얼마나 해이해져 있는지, 위기관리 능력이 얼마나 부실한지 그 실태를 여실히 볼 수 있었다. 홍보수석과 전 대변인이 도피성 귀국의 책임소재를 두고 다투는 볼썽사나운 꼴을 연출하는가 하면, 민정수석실은 청와대의 도피 방조 의혹은 조사하지 않겠다면서 윤 전 대변인 진술을 흘렸다. 청와대의 시스템과 조직 문화도가 위험 수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스스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해야 하며, 이번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인사 시스템은 물론 위기관리 시스템 정비에 시급하게 나서야 한다. 물론 이번 정부가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소통이다. 불통인사가 부른 참사에 대해 반성하고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할 것이다.

AD

소통이야말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김명수 서울특별시의회 의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