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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조선 매창의 '여인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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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꽃 흰 꽃 배꽃밭에 두견새 우네
뜰 가득 달빛, 쓸쓸함이 더하네
그리워 꿈이라도 꾸고싶은데 잠은 달아나고
일어나 매창(梅窓)에 기대어 새벽닭 소리 듣네

조선 매창의 '여인의 슬픔'
  
■ 다시 읽는 매창의 사랑(1)=전라도 부안현의 기생 매창(1573~1610)은 격동기 조선에 잠깐 피었다 진 한 떨기 매화였다. 춥고 외로웠다. 37년간의 삶. 거문고를 껴안고 살다가 거문고를 껴안고 죽었다. 짧은 노래는 멈췄지만 후인들은 처연하고 고고한 향기를 내내 듣는다. 그래서 매화향기는 문향(聞香)이다. 매창의 이미지를 떠올리노라면 나는 자꾸 가수 심수봉과 겹친다. 여리고 곱고 청승스러운 음색과 해쓱하면서도 해사한 얼굴. 신화 속의 에코처럼 먼저 말을 걸지 못하는 운명의 저주. 행복해질 전망도 없는 사랑을 대책 없이 껴안으며 '사랑밖엔 난 몰라'로 무너져 내리는 필사의 그리움. 한 시대의 변경에서 조그만 소리로 내내 울었던 여치 같은 한 여자. 하도 그리워 꿈이라도 꾸고 싶은데 그럴수록 잠은 저 멀리 달아나 마음만 더 그리워지는 것이다. 그의 이름처럼 되어버린 그 매화 창문에 기대어 희부연 새벽을 가르는 닭울음소리를 듣는 여자. 이 시 한 편만큼 뭇 사내의 가슴을 다시 저미는 것이 있으랴.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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