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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명문가⑮]세계 최대 컨테이너사 머스크그룹의 '묄러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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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년전 증기선 1척으로 시작,덴마크 GDP 20% 실어온다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덴마크의 머스크그룹 이름 앞에는 꼭 붙는 말이 있다.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선사라는 말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가 묄러 가문의 지휘아래 109년을 이어온 장수기업이며, 유구한 역사에도 최고경영자(CEO)가 단 네 명에 불과하고, 석유시추와 항만운영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머스크그룹 연혁과 묄러가문 주요 일지

머스크그룹 연혁과 묄러가문 주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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묄러 가문은 1척의 증기선으로 사업을 시작해 덴마크 국내총생산(GDP)의 약 20%에 해당하는 연매출 602억 달러의 복합 기업을 일구는 등 덴마크에서 신화를 만든 가문으로 꼽힌다. 묄러 가문은 현재 일상의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간섭하지 않지만 경영위원회를 통해 회사에 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머스크그룹 역사상 최초로 2007년 외부에서 영입된 전문 경영인 닐스 앤더슨 CEO에게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앤더슨 CEO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컨테이너 사업에서 벗어나 석유 사업과 항만운영으로 전환하고 자본의 50%는 석유개발과 시추,항만운영에, 25~30%는 컨테이너에 투입해 그룹을 4개 사업체제로 운영할 생각"이라고 자신 있게 밝힌 것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 체제가 있기에 가능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머스크그룹은 컨테이너 운송회사인 머스크라인을 비롯해 석유회사 머스크오일,시추회사 머스크드릴링,항만운영회사 APM터미널스 등 4개 부문,18개 회사로 이뤄진 덴마크의 대표 기업이다. 직원은 2011년 말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11만7000명을 고용하고 있고, 매출액은 602억 달러(한화 65조2267억 원)를 올렸다. 그룹의 얼굴격인 머스크라인은 적재 능력 총 380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인 600여 척의 컨테이너선으로 5대양을 누비고 있다.
APM터미널은 또 40개국의 항만 63곳과 48개국의 160개의 내륙터미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머스크오일은 1972년 북해에서 석유생산을 하기 시작해 카타르,알제리와 카자흐스탄 등에서 하루 62만5000배럴의 원유와 10억 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머스크오일에 석유시추 서비스를 제공하는 머스크드릴링은 40년의 노하우와 잭업(jack-up)시추선 등 26척의 시추선을 소유,운영하고 있다.

머스크그룹은 회사의 성공비결로 회사 규모와 전세계 접근력, 금융의 힘과 인재, 기업의 가치, 지속가능성과 혁신 능력 등을 꼽고 있지만 머스크그룹의 소유자인 묄러가문, 특히 창업자의 아들 매키니 묄러의 공적을 빼놓고는 그룹 성공을 생각할 수 없다.

묄러가문이 처음으로 구입한 증기선

묄러가문이 처음으로 구입한 증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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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그룹의 시작은 미약했다.머스크그룹은 아르놀드 페테르 묄러(A.P.Moller)가 28살인 1904년 중고 증기선 한 척으로 설립한 회사에서 출발했다.그의 피속에는 해운업 유전자가 흘렀다. 그의 아버지 페테르 머스크 묄러(P.M.Moller)는 선장이었고 어머니 안나 한스 예페센은 덴마크의 유명한 선박 왕국 드라고르(Dragor)가문의 후예였다.

묄러는 증기선이 도입되는 시기에 아버지와 함께 15만 크로네로 스벤보르증기선회사를 설립했다.그는 1912년 아버지로부터 독립했다. 묄러는 전쟁으로 돈을 벌고 전쟁으로 위기를 겪어야 했다.

1차 대전은 몰러에겐 기회로 작용했다. 화물운송수요가 커지면서 묄러는 큰 돈을 벌었다.1차 대전이 끝났을 때 그의 회사는 덴마크 4대 선박회사로 자리매김했다.그리고 2차 대전까지 급성장을 거듭하는 등 탄탄대로를 달렸다.

2차 대전은 당시 덴마크 최대 선박회사로 부상한 묄러에게는 위기였다.그는 1940년 덴마크를 강점하자 화물운송을 거부했다. 독일군은 당시 26살이던 아들 아놀드 머스크 매키니 묄러(Arnold Maersk McKinney Moller)를 미국으로 추방했다. 매키니 묄러는 1947년 귀국할 때까지 미국에서 운송을 하면서 가업을 이어갔고 이후 머스크구룹의 성장 기반을 다졌다.

매키니는 1962년 북해의 덴마크측 영해 석유탐사개발 독점권을 따 내 석유사업에 뛰어들면서 문자 그대로 검은 황금을 캐냈다. 계약기간 40년인 사업계약은 2003년 갱신되면서 머스크 그룹에 황금알을 가져다줬다.

그는 또 1964년에는 상선회사인 허만 세일링(Hermann Saling)과 함께 소매업체 체인 단스크 슈퍼마크트(Dansk Supermarked)를 50대 50으로 투자해 회사 규모를 키웠다.

머스크그룹 창업주 묄러가

머스크그룹 창업주 묄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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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키니는 부친이 숨진 1965년 회장겸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해 38년간 경영했다. 그는 미국 IBM 역사상 최초로 외국인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매키니는 90세이던 2003년 11월 제스 소더버그(Jess Soderberg)에 CEO자리를 물려줬다. 소더버그는 경영실적 하락으로 현 CEO인 닐스 앤더슨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런 맥락을 감안한다면 머스크그룹의 성장사와 묄러가문의 역사는 한마디로 매키니 묄러의 개인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매키니는 깐깐한 경영을 하면서 가족 구성원들이 물의를 일으키지 않도록 집안단속을 철저히 한 경영자였다.

매키니는 38년이나 CEO로 일한 것도 모자라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코페하겐 본사 6층 사무실로 꼬박꼬박 출근해 중요 일정을 챙겼다.경영에 관한 의견이나 코멘트가 필요한 이슈가 생기면 그는 역사와 업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담긴 자기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또 가족이나 회사에 대한 뉴스가 세상에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 묄러의 자식들은 조심스런 행보로 구설에 오르는 일을 삼갔다. 매키니의 많은 손자들 중 외손자인 로버트 머스크 우글라(Robert Maersk Uggla)와 요한 페데르손 우글라(Johan Pederson Uggla)가 2004년 회사에 합류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지만 이들이 비행이나 추태를 보였다는 보도는 아직까지 없다.

그룹의 경영은 그룹 CEO와 4개 기업 CEO로 구성된 경영위원회와 이를 감독하는 이사회가 수행한다.묄러가문은 'A.P.묄러 채스틴 매키니 재단'과 'A.P.묄러 구호재단이사회'를 통해 간접 지배할 뿐이다. 적십자에서 활동한 매키니의 막내딸인 매키니 우글라가 1986년부터 재단이사회 이사로 재임하다 의장직을 물려받았다.

묄러가문은 사업으로 막대한 재산을 축적했지만 부의 사회환원도 많이 했다. 매키니는 사업과 전혀 무관한 2005년 개관한 코펜하겐 오페라 하우스 건립에 25억 크로네(미화 4억3800만 달러)를 쾌척하는 등 자선사업도 펼쳤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탄탄한 기업 실적,오너 일가의 철저한 자기관리가 머스크그룹과 묄러가문의 성공비결이자 족벌경영자가 아닌 덴마크에서 존경받는 가문이라는 후대의 평가를 받는 초석이었던 셈이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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