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펀드 중구난방···부처들, 창조경제 한건 올리기 줄줄이 발표
관할 헷갈리고 정책 겹쳐...혼선·낭비 예고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 30대 초반 김병기씨는 모바일 애니메이션 캐릭터 콘텐츠 아이템으로 창업에 나설 참이었다. 박근혜정부가 5개년 계획으로 위풍당당 콘텐츠 코리아펀드를 조성, 중소 콘텐츠 기업에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사업자금 마련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때마침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위풍당당콘텐츠 코리아펀드 사업을 발표한 것도 창업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김씨는 금세 혼란스러웠다.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도 비슷한 성격의 위풍당당 코리아 콘텐츠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양 부처에 문의한 결과 애니메이션 캐릭터 사업은 문화부, 모바일 콘텐츠 사업은 미래부 관할이란 아리송한 답변이 돌아왔다. 더욱이 양 부처 모두 관련 예산 등이 확정되지 않아 펀드 조성시기도 명확치 않았다.
23일 정부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창조경제의 핵심 전략으로 창업이 부각되면서 모태펀드, 청년창업펀드 등 창업관련 펀드가 각 부처에서 겹치기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펀드를 업무보고에서 각각 주력 사업으로 보고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자원배분의 비효율이란 지적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처간 영역 다툼이나 갈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는 한국스타일의 디지털 방송 콘텐츠 육성을 위해 '위풍당당콘텐츠코리아 펀드'를 조성, 콘텐츠 관련 창업자금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 펀드는 창업, 실험적 콘텐츠 제작, 콘텐츠 창작 랩 설립 등을 지원하는데 쓰인다. 예산은 4000억원이 책정됐다.
문화부도 비슷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7000억원 규모로 조성하는 위풍당당콘텐츠 코리아 기금이다. 공연, 영화, 애니메이션 관련 콘텐츠 사업에 주로 투자할 방침이어서 미래부 펀드와 충돌한다. 양 부처의 펀드 성격이 유사하다는 지적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로 위풍당당콘텐츠 코리아 기금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미래부와 일부 유사해 국정과제로 사업을 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동일한 펀드를 제각각 주력 사업으로 보고하는 경우도 있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청년창업펀드가 그런 경우다. 4000억 규모의 이 펀드는 창업한지 3년 이내의 중소ㆍ벤처기업 또는 창업기업으로 대표이사가 만 39세 이하 이거나 만 29세 이하의 임직원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에게 투자할 목적으로 조성된다. 앞서 중기청은 지난달 '2013년도 모태펀드 운용계획' 발표 당시 기재부와 동일한 청년창업펀드를 주력 사업으로 내놨다.
부처별 경쟁적으로 창업펀드가 추진되다 보니 협업으로 보고한 사업도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금융위원회가 협업으로 추진하는 크라우드 펀드의 경우 양측의 시각차로 중기청은 창업지원법, 금융위는 자본시장법의 개정을 추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크라우드 펀드 자체가 금융상품인 만큼 자본시장법 규율 아래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기청에서는 실물경제 측면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기청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우선시하는 자본시장법 아래에서는 크라우드 펀드의 의미를 살릴 수 없다"며 "기업자금 조달에 초점을 둔 법안을 통해 펀드를 조성하는 게 맞다"고 맞섰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창업펀드가 부처간 칸막이가 되서는 곤란하다"며 "부처간 협업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부총리 중심으로 협의체 구성하는 방식을 통해 업무를 조정, 서로간 시너지 효과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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