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펀드출자 관여 인정, 유출 사실은 몰랐다"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회삿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4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SK 최태원 회장(53)이 항소심에서 “1심에서 거짓말했다. 펀드자금 조성에 관여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8일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최 회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에서 최 회장은 “원심에서 펀드 출자 관련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러나 “(450억) 펀드자금 '유출'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유출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의 변호인 측은 “최 회장은 펀드자금 조성에는 관여했으나 인출에는 전혀 관여한 바 없어 횡령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펀드자금 인출 주체는 최 회장 형제의 선물투자 담당자인 김원홍”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동생 최재원 SK 수석 부회장(50) 측 변호인 또한 “1심에서 거짓말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최 부회장의 거짓진술이 원심에서 왜곡된 판단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어 “수사대응을 총괄하던 최 부회장이 본인이 방어막이 되겠다는 판단 하에 자신이 펀드 송금을 지시했다고 거짓말하면서 1심에서 횡령행위의 주체가 최태원 또는 최재원으로 좁혀졌다”며 “450억원의 사용자는 100억원대 보험금 등 자금수요가 있었던 김원홍”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증거로 변호인은 자금 송금구조 방식의 차이를 짚었다. 최 회장이 선물투자를 위해 김원홍에게 돈을 보낼 때는 항상 최 부회장의 계좌를 통하거나 최 회장의 배서가 있었으나, 450억원은 김준홍 베넥스 인베스트먼트 대표 계좌에서 직접 김원홍에게 전해졌다는 것이다. 최 회장이 인출의 주체라면 굳이 송금방식을 달리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검찰은 “송금방식을 달리해 김준홍의 계좌를 이용한 것은 사후 문제가 될 경우 김준홍이 바지사장 역할을 하기로 계획돼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는 2008년 최태원 개인재산을 관리하는 재무팀 소속 박모씨가 작성한 ‘예상시나리오’라는 문건에서 확인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어 “피고인들이 갑자기 거짓말했다며 반성하는 것에 대해 분노해야할지 허탈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지난 2008년 10월~11월 최 부회장, 김준홍 베넥스 인베스트먼트 대표 등과 공모해 SK텔레콤 등 18개 계열사가 베넥스 펀드에 투자한 2800억원 가운데 497억 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 2005~2010년 그룹 임원들 성과급을 부풀려 비자금 139억여원을 조성한 뒤 선물투자 손실을 메우는 데 쓴 혐의도 받았다.
최 부회장은 이에 더해 계열사 출자금 495억원을 추가 횡령하고 자신이 보유한 비상장사 주식을 그룹 투자금으로 사들여 200억원대 이익을 본 혐의로 저축은행 담보로 그룹 투자금 750억원을 제공한 혐의 등을 받았다.
지난 1월 1심은 최 회장에 대한 공소사실 중 계열사 자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는 유죄, 비자금 139억여원을 조성해 개인적으로 편취한 혐의는 무죄로 각각 판단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최 부회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