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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골품제와 KB금융 회장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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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신라에는 신분제도인 '골품제(骨品制)'가 있었다. 성골과 진골, 두품의 신분으로 구분했다. 성골과 진골의 아래 신분인 두품에는 걸출한 인재들이 많았지만 왕이나 높은 자리는 성골과 진골만이 차지할 수 있었다. 최고권력자인 왕의 최측근들끼리 권력을 나눠가진 셈이다.

며칠 전 금융그룹에서 근무하는 A임원과 점심을 함께 먹었다. 그는 요즘 금융권의 이슈인 금융지주 수장들의 교체 움직임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이렇게 물었다. "이번에도 대통령의 최측근이 지주회사 회장으로 오게 될까요? 이번 만큼은 내부의 능력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오르면 좋을 것 같은데 역시 어렵겠죠?".
그동안 금융지주사 회장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나눠 갖는 자리였다. 이명박(MB) 정부 때 임명된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금융권 4대 천왕'이라고도 불렸다. 현 시대에도 신라 때 골품제에서 왕족만이 권력의 꼭대기에 올랐던 것과 별다르지 않은 모습이 연출됐던 것이다. 이러한 폐단이 새 정부에서 사라질 수 있을까?

최근 진행되는 일련의 상황을 보면 지켜지기 어려워 보인다. 당장 산은금융그룹 회장에 인수위 출신 홍기택 중앙대 교수가 내정됐다. 제청권자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홍 내정자는 정책금융체계 개편과 창조금융을 통해 실물경제의 활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거 이명박 정부 때와 다를바 없는 낙하산 인사다. 이명박 정부 때는 금융지주 회장 인선의 기준이 대통령과의 친밀도였다면 이번에는 '국정철학 공유'라는 기준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물론 그 의미는 여전히 애매하지만 말이다.
금융지주의 수장을 선임할 때 낙하산 인사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산은금융은 정부가 모든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당연히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민간 금융회사인 KB금융은 상황이 다르다. 정부가 개입할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MB 정부는 대통령의 측근 인사를 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KB금융 내부에서 오랫동안 열심히 일한 능력있는 인재들은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뺏길 수밖에 없었다.

현재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 지배구조에 대한 강력한 개혁 의지를 갖고 있다.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새로 은행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는 내부에서 승진해 금융지주 회장이 될 수 있는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또 사외이사들이 서로 추천해 재선임되는 일도 막겠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KB금융지주 회장도 내부에서 발탁될 수 있을까? A임원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까? 신라의 골품제는 신라가 망할 때까지 폐지되지 못했다. 골품제 타파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났지만 새로운 혁신을 성공시키는 일은 어려웠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KB금융을 향한 정부의 오랜 집착(?)이 한 순간에 없어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관치 금융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KB금융이 세계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향후 KB금융 회장의 자리에 오를 후임자는 관치 금융 근절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김대섭 기자 joa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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