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정상화하라" vs "이제라도 손 떼야".. 의견 팽팽


▲지난 13일 용산개발의 사업주체인 드림허브가 어음 이자를 갚지 못해 부도를 내면서 주민들은 패닉상태에 빠져 있었다. 사진은 서부이촌동 일대.

▲지난 13일 용산개발의 사업주체인 드림허브가 어음 이자를 갚지 못해 부도를 내면서 주민들은 패닉상태에 빠져 있었다. 사진은 서부이촌동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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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결과에요. 이대로 사업을 포기한다면 그 동안 주민들이 겪은 피해는 누가 보상합니까. 우리도 이대로 물러날 순 없죠."(서부이촌동 주민)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더니 52억원 때문에 부도라니 기가 막힙니다. 이제 말하기도 지겨우니 이참에 어떻게든 결론이 났으면 합니다."(이촌동 대림아파트 주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추진된 지 6년.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외지인을 대할 때 내보이는 어두운 표정과 냉소 섞인 말투에선 그 간의 피로함이 묻어났다.

13일 용산 역세권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가 지난 12일 만기가 도래한 52억원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를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과 함께 부도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서부이촌동 일대 주민들은 답답한 심경과 오랜 시간 재산권 행사를 제약당한 데 대한 억울함에 분노는 극에 달해 있었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고 불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일대 51만5483㎡에 31조원의 사업비를 투입, 초고층 빌딩 23개를 세우는 등 최첨단 신도시를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장밋빛 전망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사업은 지지부진해졌다. 사업계획이 세 번이나 변경됐고 삼성물산이 사업에서 발을 빼는 등 부침을 겪었다.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의 대주주간 끝장 신경전이 최근까지 이어졌다.


사업진행이 늦어지면서 사업부지 내 거주 중인 주민들 간의 갈등은 크게 늘었다. 10여개가 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그 간의 갈등을 말해준다. 한 때 3.3㎡ 당 2억원까지 치솟은 집값은 거래가 중단되면서 시세조차 파악할 수 없는 단계에 다달았다.


서부이촌동 A공인 대표는 "거래를 못한 지 오래여서 시세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사업 주체가 부도나면서 지금 같은 침체가 얼마나 이어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 시내에서 최고의 입지인 서부이촌동이 이렇게 돼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한 동안 상권은 죽어 있었다. 몇 안 되는 상가에는 한 집 건너 한집이 텅 빈 채 문이 닫혀 있었다. 이촌2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지난해 말부터 심각할 정도로 장사가 안 된다"면서 "서울 우편집중국, 대한통운 등 기업들이 사업 추진과 함께 이곳을 떠나면서 상인들도 떠났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부터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인근 기업들과 주민들이 떠나면서 서부이촌동 상가들은 텅 비어 있었다.

▲지난 2007년부터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인근 기업들과 주민들이 떠나면서 서부이촌동 상가들은 텅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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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추진 자체가 기로에 서면서 사업 보상을 예상하고 대출을 받은 주민들의 고통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전체 2100여 가구 중 1400여가구가 3억원 안팎으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진행된 경매에서는 3~4차례 유찰은 물론이고 낙찰가율이 50% 초반 대에 머물고 있다. 경매를 거쳐도 한 푼도 건질 수 없는 깡통주택만 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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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을 놓고 입장이 갈렸던 주민들은 부도 소식에도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사업을 찬성하는 10여개의 비대위가 모인 연합회의 김재철 위원장은 "(부도는)서울시와 코레일, 출자사들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며 "사업 추진을 지연시키고 재산권을 제약받은 데 대한 손해배상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영이든 민영이든, 통합개발이든 단계적 개발이든 상관없다"면서 "사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던 이복순 지번총연합회 위원장은 "초기 약속한 보상 부분이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주민의견 수렵 절차도 없이 사업이 진행돼 왔다"면서 "이제라도 드림허브의 부도 소식을 환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제 주민들이 자유롭게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구역을 해제하고 사업 이전의 상태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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