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톡톡]"군대간 아들이 전쟁날 지 모르니 돈 찾아놓으라던데.."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우리 윗집 승훈이가 군대가 있잖아. 엊그제 아들이 승훈엄마한테 전화를 했더래. 이번에 휴가 나가야 되는데 비상이 걸려서 못나간다고. 그러면서 혹시 모르니 현금 찾아놓으라고 했다자나. 이거 진짜 전쟁나는 것 아냐."
"에이, 말도 안돼. 북에서 쏘면 한국이랑 미국은 가만있나. 지네가 다 죽는건데 전쟁을 하겠냐고. 짐 돈을 다 막아놨다자나. 그러니 쑈하는 거지 먼 전쟁이 나.."
10일 오전 8시 용산에 있는 한 동네 사우나 안에 모인 40~50대 주부들이 최근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얘기가 한창이다. 서로 약속하지 않아도 일요일 오전 6시부터 7시 사이 하나둘 씩 모인 '동네 사우나멤버'들이 어느새 한증막 안에 둥그렇게 앉아있다.
냉탕과 뜨거운 막안을 연신 번갈아가며 땀을 내는 이들에게 사우나의 한증막 안은 정보 교류의 장이자 스트레스와 지친 몸을 풀어주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이들이 오늘 꽂힌 이야기 주제는 '전쟁' 이다.
"아휴, 불안해 죽겠어. 이건 무슨 한 두번도 아니고 툭하면 이러니..연평도 그쪽도 다 집 비웠다고 하지 않았어?" 성희엄마가 아이스커피를 들이키며 미간을 찌푸린다.
"얘기 듣기로는 연평도 밖에 있는 군인아파트인지로 혹시 모르니 가있으라고 했다는데 일부 주민들은 섬에서 나오기 싫다고 안나왔다나바. 거기 사는 사람들은 불안해서 어떻게 사나. 라면 이런 것 사놔야 되는 것 아냐. 승훈엄마 얘기 들으면 심각한 것 같기도 하고 말야." 강진 엄마의 대답에 식혜를 벌컥 벌컥 마시던 애숙 엄마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 지역이 가장 큰 문제야. 만약 이번에 북한이 쏘기라도 해봐. 그 때는 연평도나 이런 데 쏘겠어? 서울 중심이 가장 위험하지. 그게 바로 중구나 용산 이런 쪽인데..."
"어제 박근혜 대통령도 육해공군 임관식인지 어딘지에서 북한의 도발에 강력 대처한다고 했자나. 전쟁 못해. 군사력으로 보나 뭘로보나 미국이랑 우리를 북한이 어떻게 이겨. 핵을 진짜 쏘겠어?. 걱정도 팔자여." 가만히 듣고 있던 은수엄마가 한 마디 거든 뒤 냉탕으로 나간다.
"아이고, 전쟁이나 마나 고만 밥해주러 나가야지." 라는 미연 엄마의 말에 갑자기 화제가 바뀐다. "아니 언제 왔길래, 벌써 가. 좀 더 놀다가지. 남편이랑 화해했나보네. 밥 해주러 간다는거 보니.." 라며 숙희 엄마가 잡는다.
"오늘 일찍 깨서 5시에 왔어. 어제 미안하다면서 돈 준다고 하더라고. 그것도 봐야대. 준다는 돈 반 밖에 안줬어."
"아니, 바깥어른도 이상하지. 왜 미연 엄마가 번 돈을 못 쓰게 하는 거야. 자기가 번 돈 자기가 쓴다는데. 자기도 그렇다. 번 걸 조금 떼놓고 줘야지 뭐할라고 그 돈을 다 남편한테 갖다 줘. 다 늙어도 남편한테 돈 눈치보며 이러고 살거야? 내 돈인데 당당하게 달라고 해야지. "
"내가 워낙 잘 사고 돈을 잘 쓰니 그러는 거지 뭐. 난 돈 있으면 금방 옷도 사고, 그릇도 사고, 먹을 것도 사고 하니까.."
그러자 여기 저기서 한마디씩 거든다. "아니 그 나이에 바깥 양반은 돈을 쥐고 안쓰면 어쩔 거야. 벌었으면 써야지. 아니 그거 좀 사면 어때. "
"돈도 써본 사람이 쓰지. 안쓰는 사람은 꼭 틀어지고 절대 안쓰자나. 나도 그렇더라고. 자식들이 줘도 내가 이것 저것 사면 왠지 눈치가 보여."
미연 엄마네 부부싸움 얘기로 한참 이야기 꽃을 피우던 한증막안은 어느 덧 각자들 남편 얘기로 이어지며 끝이 날 줄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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