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톡톡]"지도 곧 시어머니 될 텐데 어쩜 그런지 원.."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우리 며느리는 어쩌면 그렇게 무뚝뚝한지 몰라. 살가운 데라고는 찾을 수가 없어. 남들은 고부간에 목욕탕도 잘도 오더만. 이건 머 말을 해도 대답도 시원치 않고.."
"며느리한테 대접받을 생각하고 살지를 마. 요즘 어디 그런지 알아. 젊은 애들 다 자기네 살기 바쁘고 애들이나 맡길 줄 알지. 아이고 참."
13일 오전 8시. 오늘도 용산구 동네 목욕탕 내 사우나 안에 모인 친한 이웃주민인 40~50대 아줌마들이 끼리끼리 앉아 한참 떠든다. 민지 엄마의 아들 얘기로 시작된 며느리와 시어머니 얘기는 어느새 이들의 감정에 이입돼 큰소리로 오가며 열변을 토하기 시작한다.
"우리 며느리는 시댁을 안와. 멀기나 하나, 바로 옆 동네 인데도 가끔 생일이나 명절 때 코빼기나 비칠까 어디 외식하고 이런건 꿈도 못 꾼다니까. 결혼한지 한 3~4년 됐으면 이제 신혼소리도 안들을 때인데 어쩜 그리 안 오는지 몰라. 오라고 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어쩔 때는 심하다 싶어." 하며 상준이 엄마가 며느리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한다.
가만히 듣던 건순이 엄마는 "요즘 애들 누가 시댁오는 걸 좋아해요. 시자 들어가는 건 뭐든 다 싫어한다는데. 근데, 거긴 아직 애 없지 않나. 언제 나을라고 안낳는데.?"
"내가 속이 터진다니까. 우리 아저씨도 매일매일 애 타령하는데..나이들도 찼는데 애 가질 생각을 안하네. 자꾸 얘기하면 아들이 싫어하고, 내가 아주 미쳐."라며 혀를 끌끌 찬다.
그러자 갑자기 민지엄마는 며느리 입장에서 얘길 꺼낸다. "난 시어머니가 싫었어. 지금도 그렇게 싫어. 노인네 나이가 벌써 80세가 넘었는데 어쩌면 한평생 나한테 그렇게 못했는지 몰라. 지금도 그렇다니까. 다정하게 한번 불러본 적이 없어. 그 양반은 아들도 싫고 손주도 싫어해. 오로지 자기만 안다니까.."
강민이 엄마도 맞장구친다. "우리 시어머니가 그랬어. 얼마나 까탈스럽고 못되게 굴었는지 밥을 차려도 '얘 며늘아가 이리 와서 같이 먹자' 이 소리 한번 못 들어봤다니까. 그래도 지금은 90세가 다 되서 전화하면 '니가 건강해야 된다. 전화해줘서 고맙다' 이 소리하는 것 보면 불쌍하기도 하고 그래."
민지엄마는 "아이, 난 안 그래. 내가 시집왔을 때 시어머니 나이가 48세였어. 얼마나 꼬장꼬장하고 나를 쥐잡 듯 잡았는지. 정말 내가 지금도 예전에 당한 일만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니까." 라며 마치 어제일처럼 식식거린다.
한참을 떠들고 있는 와중에 조용히 누워 땀을 빼며 듣고 있던 80세가 넘은 할머니가 일어나 한마디 한다. "나는 딸이 없어서 아들만 넷인데 아들네 집에 가기가 싫어. 며느리 때문에. 얼마나 불편한지. 지금 내가 아파트에 혼자 사는데 그게 더 편하다니까. 아들네가 오래도 싫어." 내심 시어머니 욕하는 것이 듣기 싫었던 것.
할머니를 알아본 민지엄마는 같은 무리들에게 슬쩍 한마디 건넨다. "저 할머니가 부자야, 아들만 넷인가 그런데 다 집 한채씩 사주고 지금 사는 집도 10억짜리 브라운스톤에 살자나. 눈치보고 살 필요가 없지."라며 소곤댄다.
상준이 엄마는 여전히 며느리에 대한 섭섭함이 가득하다. "내가 시어머니한테 안그랬는데 어찌 난 저런 곰 같은 며느리가 들어왔는지, 용돈을 줄 지를 아나, 애들 새끼보내놓고 용돈이나 받아오라질 않나. 아주 하는 짓이 얄미워. 집에 올 때도 하다못해 귤 한봉지 사오는 꼴을 못 봤다니까. "
가장 오래 앉아있어 땀이 범벅인 민서 엄마는 비어있는 식혜잔을 들더니 "지네도 시어머니 된다 생각하면 그리 못할 텐데..아이고 나도 며느리 잘 봐야지..."라며 혀를 끌끌차며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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