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젊은이들 정치에 뿔났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경제위기가 수년째 지속되면서 미래를 빼앗인 유럽 젊은이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최근 코미디언 출신인 베페 그릴로가 이탈리아 정치판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유럽 젊은이들이 정치에 대해 혐오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릴로가 이끄는 정당 '오성운동'은 지난달 24~25일(현지시간) 총선에서 하원 108석, 상원 54석을 차지해 제3당으로 우뚝 섰다. 이번 총선에서 제1당으로 등극했지만 상원 과반 확보에 실패한 중도 좌파연합 민주당은 오성운동과 연정을 구성했으면 하고 바랐다. 그러나 오성운동의 그릴로 대표가 거절해 연정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오성운동은 종종 황당한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슈피겔은 이에 대해 그릴로 대표의 광대놀음으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성운동의 공약에는 인터넷 무료 사용, 근로시간 대폭 감축, 긴축정책 반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도 담겨 있다.
'오성'이란 물ㆍ교통ㆍ개발ㆍ인터넷ㆍ환경 등 5개 분야에 대한 관심을 의미한다. 오성운동의 돌풍 뒤에는 경제위기 이후 유럽인들이 느끼는 불안과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 절망 속에 살아가는 유럽 주변부 국민의 분노가 그릴로 대표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슈피겔은 오성운동의 돌풍과 관련해 세대별 투표에 주목했다. 이번 총선에서 870만표를 얻은 오성운동의 핵심 지지층은 40대 미만이다. 이들 젊은 세대는 지난 몇 년 사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가 102%에서 127%로 증가하는 것을 경험했다. 세금 부담이 이전 세대보다 커졌지만 은퇴 후 받게 될 연금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적은 세대다. 더욱이 상당수 젊은이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발이 큰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들은 긴축정책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유럽인 가운데 상당수가 자국이 독일의 압력으로 원치 않는 긴축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독일에 대한 반감이 심하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최근 "독일의 꿈은 유럽의 악몽"이라는 제하의 칼럼을 게제했을 정도다. 독일의 이기심 때문에 오늘날 유럽이 고통 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긴축정책이 국가 내부의 갈등을 넘어 국가 간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오성운동의 돌풍은 이탈리아만의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 급진 좌파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는 지난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씌운 멍에로부터 그리스를 해방시키자"며 두 차례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오성운동과 시리자 지지자들의 정치적 성향에는 약간 차이가 있다. 하지만 양측 지지자 모두 긴축정책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슈피겔은 유럽 제3의 경제 대국 이탈리아에서도 긴축정책 반대 주장이 공공연히 등장한다는 것은 개별국의 유로존 탈퇴가 이제 금기사항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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