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계약직으로 高卒 신화?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신(新)고졸시대'. 이명박 정부가 재임기간 주요 성과로 꼽는 것 중의 하나다. 특성화고(전문계고) 졸업자의 취업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취업시장의 구조를 바꿨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성화고 취업의 '현장'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이와 거리가 멀다. 취업률은 개선됐지만 '좋은 일자리'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
"대학 갈까 고민하다가 취업을 선택했지만 이제 후회된다." 서울시내 한 특성화고를 졸업한 최 모 군은 3학년이던 지난해 여름 대학 진학과 취업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결국 가족과의 논의 끝에 취업키로 했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처럼 순탄하지 않았다. 최 군이 일을 시작한 곳은 소규모 금형제작 업체. 3개월 수습기간 동안 최저임금보다 적은 월급을 받고 밤 12시까지 일했다. 주말에도 출근해야 했고, 야근수당도 없었으며, 근로계약서 작성도 하지 않았다. 결국 일을 그만둔 최 군은 졸업 후 1년간 수능을 준비하고 올해 대학 입학을 기다리고 있다.
최 군 같은 경우는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서울 도봉구의 한 특성화고는 지난해 대형 통신사에 60명을 취업시켰다고 발표했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학생들의 얘기다. 이 학교의 학생은 "60명이 채용된 건 콜센터 업무"라고 말했다. 콜센터 채용은 구직사이트에만 가도 많은 자리가 올라와 있고 직업훈련 한 달을 거치면 바로 일할 수 있다. 세무직 특성화를 내세우는 종로구의 특성화고 재학생 역시 "채용의 대부분이 계약직"이라며 "그나마 계약 연장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입 수업을 하는 학원에 자녀와 함께 상담을 하러 찾아왔다는 한 학부모는 "대학 졸업장 없이 괜찮은 대우 받으면서 일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것 같다"며 "취업이 잘 된다는 소리에 특성화고를 보냈지만 지금은 후회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털어놨다.
'숫자'로 잡히는 취업률이 상승한 건 분명하다. 교육과학기술부의 2012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특성화고 졸업자의 취업률은 77.8%로 전년도의 68.2%에 비해 상당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취업의 질이나 연속성에 대한 고려가 빠져 '취업률 부풀리기'라는 지적을 벗어나기 어렵다. 현재 취업률 집계는 일선 학교의 보고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어떤 기업에 어떤 형태로 취업했으며 이를 믿을 만한 것인지, 또 그 구체적인 내용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통계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고 검증 수단도 없다. 특히 취업률에 따라 각 학교 지원금을 배분하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이를 노리고 한 명의 학생이라도 일단 취업시키는 데만 급급한 형편이다.
극심해진 학교의 '취업 스트레스'와 열악한 노동현장 사이에서 큰 피해를 입는 것은 특성화고 학생들이다. 지난해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특성화고 현장 점검을 위해 20개 학교를 선별, 40개 업체에 근로감독관과 함께 현장실습을 나가도록 했다. 이 관계자는 "근로감독관이 따라가니까 문을 안 열어주려는 업체들도 있더라"며 "특성화고 학생들의 근로 여건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얘기"라고 인정했다.
이 때문에 한 해의 상반기와 하반기의 취업률 간에 차이가 큰 실정이다. 취업을 했더라도 채 몇 달 일하지 못하고 그만두기 때문이다. 취업기능사업 최우수학교에 선정돼 교과부 표창까지 받았던 인천 정석항공과학고의 취업유지율은 지난해 25%에 불과했다. 2월 졸업과 함께 57%인 186명이 취업했지만 12월에도 계속 일을 하고 있는 졸업자는 46명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 같은 비판에 특성화고 취업의 질을 제고하는 일에 뒤늦게 나서기 시작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통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기본계획안이 수립됐고 올해 연구형태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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