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WBUAP 부회장 된 하성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국장
전 세계 저개발국가, 북한에도 시각장애인센터 짓고파


▲ 지난해 국내 최초로 임기 4년의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 아시아태평양지역(WBUAP) 부회장에 선출된 하성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국장.

▲ 지난해 국내 최초로 임기 4년의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 아시아태평양지역(WBUAP) 부회장에 선출된 하성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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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14살 때 녹내장과 망막손상이 겹쳐 왔다. 눈에 머리카락이 들어간 듯한 이물감이 망막에 생긴 상처라는 걸 미처 알지 못했다.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눈앞이 어두웠고, 대문 옆 집으로 향하는 계단이 보이지 않아 헤맸다. 사춘기 소년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좌절이었다. 절망과 방황이 계속됐다. 하지만 현실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안마교육을 받아 안마사로 취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대학에서 우리 동네, 우리 학교가 아닌 전국의 시각장애 친구들을 만났다. 자신과 흡사한 생각과 지향을 가진 자들과의 첫 만남이었다. 서로가 경험한 고통과 아픔, 어려움은 거짓말처럼 닮아 있었다. 눈으로는 빛의 유무 정도를 분간하는 게 전부지만 세상을 향한 도전과 희망에 눈을 뜨게 된 순간이었다.

이후 2000년 대학을 졸업하고 한시련과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등에 몸담았다. 2007년부터 4년 동안은 미국에서 재활상담과정을 밟았다. 3년 과정을 2년 반만에 마쳤고, 미국 공인 재활상담사 자격도 보유했다. 1년 반 정도 미국의 시각장애인들을 상담하고 기록을 남기는 과정은 지금의 그를 있게 한 큰 밑거름이 됐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 아시아태평양지역(WBUAP)' 부회장으로 선출된 하성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한시련) 사무국장.


35세의 한국 젊은이가 WBUAP의 부회장이 되는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했다. 2012년 11월 방콕에서 열린 제8차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WBU) 총회에서 뉴질랜드 출신 상대후보에 2표 차로 신승했다. 회장과 부회장 선출은 각 회원국 대의원들의 투표로 총회에서 결정된다.


당시 회장선거 표차가 20표였던 걸 감안하면 부회장선거에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셈이다. 더구나 상대 뉴질랜드 후보는 보드멤버(Board member, WBU 이사회 임원)를 지낸 저명인사였다.


하 사무국장은 "부회장선거에서 승리할 걸 보고 대한민국의 위상이 많이 신장됐다는 걸 느꼈다"며 "저에게 표를 준 게 아니라 대한민국에 표를 준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전 세계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사업발굴과 함께 북한의 시각장애인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 저개발국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보행용 흰 지팡이 보급, 사용법 교육, 점자개발, 안마교육 활성화 등 그 외에도 해야 할 일은 많다. 지난해 실패했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국제협력사업 공모에도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 분야 투자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은 총 25만명 정도. 그러나 하 사무국장처럼 점자를 활용할 수 있는 인구는 5만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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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시절 제대로 된 점자서적이 거의 없었다"며 "나 같은 시각장애인들이 어려움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북 간 시각장애인 교류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북한에 시각장애인재활센터를 꼭 짓고 싶어요. 그렇지만 지금 남북관계가 워낙 안 좋아서..."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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