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순정부품과 비(非)순정부품'. 성능에는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어가 주는 어감때문에 두 부품간 수리비가 최대 1.83배 가량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수리 시 사용되는 자동차부품은 관행적으로 순정부품과 비순정부품으로 구분해 불리고 있다. 동일한 업체가 생산한 부품이라도 완성차 생산기업이 주문 생산한 OEM부품은 순정부품으로, 부품 생산업체가 자체 브랜드로 생산한 부품(규격품)은 비순정부품으로 불린다.
녹색소비자연대는 6년이 경과해 빈번한 수리가 요구되는 2006년 차종 중 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해 현대자동차의 아반떼(소형)·소나타(중형)·그랜저(대형)를 선정해 수리비 가격을 조사했다. 가격조사 부품은 브레이크패드, 에어클리너, 향균필터, 배터리, 전조등, 엔진오일 등 총 6개 품목이었다. 한달 간 서울지역에 있는 자동차정비업체 315곳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아반떼용 에어클리너의 경우 OEM부품은 1만9556원인 반면 규격품은 1만0667원으로 OEM부품이 1.83배 더 비쌌다. 소나타용은 1.44배, 그랜저용은 1.52배 차이를 보였다.
브레이크 패드도 OEM제품이 최대 1.52배가량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밖에 향균필터, 배터리 등도 모두 OEM부품은 현대모비스 제품으로 교체할 경우 1.1~1.3배 더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성능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한국자동차부품연구원에 브레이크패드와 에어클리너 2종의 성능 테스트를 의뢰한 결과 소비자들이 필요로하는 기능을 사용하는 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OEM부품인 현대모비스와 비순정부품으로 불리는 상신, 은성의 소나타용 브레이크패드를 조사한 결과 제동성능 항목에서 은성 제품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평가기준을 만족했다.
에어클리너(현대모비스·보쉬·카포스 제품)는 세 제품 간 성능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소연은 "관행적으로 사용해 온 용어로 인해 품질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많은 소비자들이 OEM부품만 품질이 우수하다고 오인하고 있다"며 "OEM부품, 규격품으로 용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측은 이와 관련 "단순 수익위주 사업인 시중 기업 제품과 책임(의무)사업인 자사의 제품에서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순정품 중 현대모비스 제품만을 비교대상으로 삼은 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녹소연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소모품 교체에 연평균 30만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882명 중 약 78%는 차량수리비나 교체비용이 매우 비싸다고 답변했으며 60%는 구매선택권을 제대로 행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녹소연은 소비자선택권 보장을 위해 자동차정비업체 또는 자동차부품 브랜드에 따라 공임비 및 부품가격을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녹소연은 자동차 부품별 품질 및 가격정보를 공정거래위원회 스마트컨슈머(www.smartconsumer.go.kr)에서도 제공할 예정이다.
김혜민 기자 hme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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