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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의 역설… 민생 때문에 민생법안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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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정치권이 민생을 외치며 민생 법안 처리를 미루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재정여력을 총동원해 끌어낸 내수활성화 대책도, 경기 방어를 위해 미리 배정해야 할 예산안도 국회에 잠들어있다. 서민을 살리자며 경기 방어 수단의 발목을 잡는 경제민주화의 역설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7월에 개원한 19대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법안 236건 가운데 고작 20건을 처리했다.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공정률이다. 특히 경제 관련 법안 26건 중 심의가 끝난 건 법안은 하나도 없었다.
국회가 경제민주화 깃발만 흔드는 사이 내수와 일자리는 위협받고 있다. 대표적인 법안이 분양가 상한제 대상 주택 기준을 완화한 '주택법 개정안'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이다.

격론을 거쳐 국회에 제출된 두 법안은 모두 죽어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동원된 비상약이다. 응급 상황에 맞춰 바로 써야 할 정책이지만 처리 전망은 요원하다. 야당은 두 법안이 강남 부자에게 특혜를 주는 부자 감세안 이라면서 반대하고 있다.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서비스 산업을 키우자며 만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대선 전에 처리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는 제조업의 일자리 여력이 한계에 왔다고 보고 경쟁력 있는 서비스 기업을 만들기 위한 관련법을 만들었지만 18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 폐기됐다.
19대 국회 개원 직후 법안은 다시 국회에 제출됐지만 야당과 의료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들은 서비스 기본법이 영리병원 도입의 발판이 되고, 공공 의료보장 체계를 훼손할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다시 제출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 역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3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가진 대형 증권사를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해 신규 업무를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야당은 "이 법안이 일부 대형 증권사에 특혜를 줘 경제민주화에 어긋난다"면서 퇴짜를 놨다.

여야가 사사건건 맞서는 동안 법안은 둘째치고 내년도 예산안이 제 때 처리될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계수조정소위원회 인원 배분을 놓고 줄다리기 중이다. 계수조정소위가 상임위에서 제출한 예산안을 증액·삭감하는 기능을 하는 탓이다. 매년 각 의원들의 '쪽지 민원'이 날아드는 바로 그 소위다.

새누리당은 선진통일당과 합당해 총원이 늘었으니 계수소위에서도 과반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상 자기 몫의 예산을 늘려달라는 요구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여야 동수를 유지하자며 맞서고 있다. 내년 예산 중 일부를 신임 대통령 몫으로 남겨야 한다는 민주당 주장도 논란거리다.

당초 여야는 대선 일정을 고려해 이달 22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자고 합의했지만 이러다간 대선 이후로 예산 처리가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법개정안 처리도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현행 소득세 과표체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경제민주화 화두를 선점하려는 여야는 '부자 증세'를 위한 과표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의 구태에 매년 예산과 세법 심의 전쟁을 치르는 기획재정부는 오히려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자리의 미래는 서비스업이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와 실증 조사를 통해 검증됐는데도 일자리를 만들자는 정치권이 서비스 기본법 처리를 미루고 있지 않으냐"면서 "당초 여야가 22일 예산안 처리를 약속했을 때 그 약속을 믿은 국민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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