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회장은 중대형 선박 130여척을 보유한 대자산가로 국내외 해운업계에서 '한국의 오나시스(그리스의 선박왕)'로 불린다. 이런 권 회장이 국내에 근거지를 두고 있으면서 탈세 목적으로 해외 조세피난처에 거주하는 것처럼 위장해 수천억원을 탈세하고, 국내 조선사와 선박건조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회사 돈 90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해 초엔 탈세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사상 최고액인 4101억원의 추징금이 부과된 상태다.
문제는 권 회장이 내야할 추징금이 매달 수십억원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세금은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으면 기한이 지난 첫 달에는 원금의 3%가 '가산금'으로 붙고, 그 다음달부터는 매달 원금의 1.2%가 '중가산금'으로 더해진다. 중가산금은 최장 60개월까지 부과돼, 5년이 넘도록 체납할 경우 추징된 원금의 75%(3% + 1.2%*60개월)까지 가산금이 붙게 된다.
권 회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세청이 권 회장에게 추징금을 고지한 시기는 지난해 1분기다. 그러나 그는 이에 응하지 않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국세청의 고지 이후 매달 가산금이 붙고 있는 것.
권 회장에 대한 과세 여부가 5년 넘도록 결론이 나지 않거나 권 회장이 그때까지 세금 납부를 미룬다면, 추징 원금의 75%인 3075억원까지 가산금으로 붙을 가능성도 있다.
법인들의 경우 세금을 부과받은 후 과세당국과 '과세 여부'를 놓고 다툼을 벌이더라도 대부분 세금을 납부한 후 소송에 들어간다. 만에 하나 소송에서 패하면 추가로 내야 할 가산금 또한 만만치 않게 커지기 때문이다. 소송이 법인의 승리로 끝나면 이자까지 더해 돌려 받을 수 있으니 보통 그 방법을 취한다. 이에 반해 권 회장은 세금을 내 놓고 소송을 하고 싶어도 낼 세금이 없다며 무방비(?) 상태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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