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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앞 인디의 별난 韓流.."텍사스 시골노인들 춤바람 일으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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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베이시스트 이주현 , 기타리스트 박종현, 드러머 김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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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결성한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
3주 美공연…여정 다룬 다큐영화 22일 개봉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인디밴드'를 바라보는 시각은 모순적이다. 한 쪽에서는 이들을 가망없는 '잉여집단'으로 분류한다. "나이 서른 먹고 인디밴드 한다고 하면 '와 참 즐겁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백승화 감독)." "한 달에 라면 몇 개 먹느냐고 물어보는 인터뷰어도 있더라(박종현)." 동시에 인디밴드는 구호로만 남은 '청춘'과 '열정'의 표상이다. TV방송과 기업 광고는 인디밴드를 일종의 아이콘으로 동원한다. 어느 쪽이든 밴드의 존립 근거인 음악은 고려되지 않는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 : WILD DAYS'는 박제돼버린 인디밴드를 삶의 현장에 불러내는 다큐다. 물론 음악의 힘이다. 백승화 감독과 감독이 좇은 여정의 주인공 갤럭시 익스프레스(베이시스트 이주현/기타리스트 박종현/드러머 김희권)을 홍대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2006년 결성된 밴드다. 만 6년의 세월을 꾸준히 활동해오는 동안 홍대에서 가장 관객동원력이 있는 밴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올해 3월에는 두번째 미국 투어를 떠났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인디록페스티벌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 참여하면서 텍사스 일대의 클럽 투어를 기획한 것이다. 여기 백 감독이 동행을 결정했다.

투어의 계기는 단순하다. "SXSW기간동안 2000여개의 밴드가 텍사스를 찾고 주변에서 많이 공연한다. 밴드 하는 사람은 모두 미국에서 투어를 해 보고 싶어할 거다. 우리도 캠핑카 타고 다니면서 투어를 하고 싶다는 그런 단순한 마음이었다(박종현)." 일단 무조건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시도했다. 일대 클럽에 직접 메일을 보내 공연 일정을 하나씩 타진했다. "미국 투어 어떻게 했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뭘 어떻게 하나. 그냥 하는 거지(김희권)."

백 감독이 갤럭시 익스프레스를 카메라에 담은 것은 두 번째다. 2009년 개봉한 '반드시 크게 들을 것' 전편은 백 감독 본인이 드러머로 활동했던 밴드 타바코 쥬스와 갤럭시 익스프레스를 중심으로 홍대 인디밴드들의 안팎을 기록한 '탐구생활보고서'였다. 후속편인 이번 다큐멘터리는 전작과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폭주'는 줄어들었다. 대신 낯선 곳에 선 밴드 멤버들의 성숙을 포착한다.
투어가 가져다 준 변화는 멤버들도 기꺼이 인정한다. 시작이야 쉬웠다지만 투어 자체는 난이도가 높다. 레즈비언 바, 피자집 지하 등 공연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3주간 19회의 공연을 치렀다. "매번 공연하면서 계속 타인들을 만나고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다 보니 그 경험 때문에 생각이 변하게 됐다. 사람이 좀 밝아지기도 하더라(이주현)." 음악을 대하는 태도 역시 그간의 활동 경험과 함께 자연스러워졌다. "재미가 전부는 아니다. 예전에는 성과에 대한 기도 또한 컸다. 앨범 한 번 내고 공연하면 많이 팔렸으면 좋겠고 방송도 하고 싶고. 지금은 그것보다 괜찮은 음악을 하고 싶어졌다. 지난해 첫 투어만 해도 '깡그리 죽여버리자' 이런 각오가 있었는데 하다 보니 오히려 연주에 더 집중을 하게 된다(박종현)."

영화의 정점은 투어 끝물에 찾아간 어느 시골 마을이다. "텍사스 러프킨이라는 곳인데 한국으로 치면 태백 정도다. 다른 밴드들이 스케줄표 보더니 여기 어딘지 알고 가느냐고 하더라(이주현)." 그러나 이 마을에는 진정한 록스피릿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페이스북으로 먼저 갤럭시 익스프레스를 접한 이들의 팬 맥스 레이놀즈는 공연을 주선하고 묵을 장소로 집까지 내 준다. 레이놀즈 덕분에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텍사스 시골 마을에서 이미 스타다. 공연이 열리는 클럽은 레이놀즈가 직접 마을 친구들과 함께 공장을 뜯어 고친 곳이다. "함께 밴드를 하는 레이놀즈 아버지 팔에 펑크밴드 '소셜 디스토션' 문신이 있었다. 대를 이어 클럽을 운영하고 록을 같이 하는 거다.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다 춤추면서 논다(이주현)." '음악을 하는 건 그냥 사는 것'이라는 밴드의 한 마디는 사실 상투적인 수사로 들릴 공산이 크다. 그러나 마을잔치를 방불케 하는 러프킨에서의 공연은 이 말에 생명력을 준다. "자기가 직접 해 보고 즐기면 된다. 동네 꽃집 아저씨랑 같이 모여서 조그맣게 공연하고 그런 게 다 밴드 하는 거다(이주현)."

백 감독은 "뮤지션이 얻는 가시적 성과보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국에 가면 물론 성과가 있다. 그러나 성과는 일부러 추구하는 게 아니라 모르는 사이 쌓이는 거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그간 해외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해왔다. 불러주면 갔다. 홍콩에서 좋은 공연을 보여주자고 SXSW 관계자가 연락을 해 왔다. 곧 일본에서도 앨범을 내기로 했다. 홍대 앞 좁은 무대 밖으로 나간 한국 인디 밴드의 생존법이다. '한류 전사'들만큼 거창하지 않으나 꾸준하다. "앞으로도 계속 투어를 할 거다. 다음엔 더 좋은 레이블을 만나 좀 더 좋은 공연장에서 공연할 수도 있을 테고, 페스티벌 무대에도 서고 싶다(박종현)." 말보다 음악이다. 새 앨범은 영화가 추적한 이들의 변화를 바로 보여줄 지표다. 달라진 공력을 담은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3집 앨범은 오는 26일 나온다. 영화는 22일 개봉한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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