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는 '유럽식 디지털 이동통신기술(GSM)'로 세계 곳곳에서 11개 이통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OTH가 이번에 노리는 먹잇감은 막대한 부채로 허덕이는 이탈리아 최대 통신업체 '텔레콤 이탈리아'다. 텔레콤 이탈리아는 295억유로(약 40조8123억원)의 순부채를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말까지 20억유로를 줄일 계획이다. 주가는 지난 6개월 사이 20% 하락했다.
현재 OTH의 최대 주주는 이탈리아 로마에 본사를 두고 있는 통신서비스업체 윈드 텔레콤이다. 윈드 텔레콤은 OTH 지분 51.66%를 갖고 있다. 사위리스는 러시아 통신회사 빔펠콤과 함께 윈드 텔레콤 지분 97%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4월 릫자유이집트당릮을 창당하면서 OTH와 윈드 텔레콤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8일 텔레콤 이탈리아 이사회는 사위리스가 자사에 관심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 이사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현재 텔레콤 이탈리아의 최대 주주는 지분 22.45%를 보유한 비상장 기업 텔코다. 텔코의 주요 주주는 스페인 최대 통신업체 텔레포니카, 이탈리아 은행 인테사 상파울로, 메디오방카 등이다.
텔레콤 이탈리아 측은 사위리스가 얼마나 투자할지 밝히지 않은 채 신주인수 형식이 될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사위리스가 50억유로를 준비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시가총액대로라면 그는 텔레콤 이탈리아 지분 30%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법에 따라 30%를 확보하면 나머지 지분도 강제매수해야 한다. 이는 이탈리아 기업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한 장치다.
사위리스는 유럽·중동·아프리카에서도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윈드 텔레콤은 이탈리아 제3의 이통업체다. 사위리스가 1위인 텔레콤 이탈리아의 최대 주주로 등극하면 이탈리아 통신시장을 장악하는 셈이다.
사위리스는 오라스콤 그룹 설립자 온시 사위리스의 세 아들 가운데 장남이다. 오라스콤 그룹은 카이로앤드알렉산드리아 증권거래소에서 시총 1위를 자랑하는 이집트 최대 기업이다. 사위리스는 그룹에서 통신부문을 맡고 있다. 그는 1998년 OTH를 통해 이집트에서 가장 먼저 이통사업에 뛰어들었다. 온시 사위리스의 둘째 아들 사미흐는 호텔개발 부문을, 막내 나세프가 건설부문을 맡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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