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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회장 추모식서 '대문' 놓고 싸움 벌이는 삼성·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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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고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의 유산 상속 소송을 제기했을 당시 삼성그룹과 CJ그룹은 "오너 개인의 소송"이라며 거리를 뒀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소송이 진행되면서 개인적인 감정은 회사로 이어져 앙숙 사이가 됐다. 지금은 이병철 회장의 추모식까지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며 설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쟁점이 되는 부분은 예전 삼성 일가가 다니던 한옥이 위치한 길이다. 삼성은 CJ, 한신세계, 한솔 등 범 삼성가 일가에 한옥이 위치한 길을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통보했다. 이 길을 이용하려면 한옥을 지나쳐야 된다. 삼성측 사유재산인 한옥의 대문을 다른 일가에게는 열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CJ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측이 고 이병철 회장의 25주기 추모식과 관련해 ▲오후 1시 이후에 추모식을 진행할 것 ▲영빈관으로 사용하는 한옥 사용 금지 ▲한옥을 지나가는 길 사용 불가 등의 내용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CJ는 이후 용인 에버랜드 호암미술관 옆 선영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까지 배포했다. 삼성측이 이용하라고 한 길을 이용하려면 상당히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는 동선이 포함된 지도였다.
CJ측은 삼성이 의도적으로 선대 회장의 추모식까지 막고 있다며 비난의 수의를 높였다. 이재현 CJ 회장은 이병철 선대 회장의 장손, 손복남 여사는 맏며느리인데도 불구하고 삼성측에서 조문까지 막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 역시 즉각 반박했다. 영빈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옥은 에버랜드 소유이기 때문에 CJ가 이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한옥이 포함된 길은 삼성의 소유인 만큼 이곳만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지 추모식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한옥을 위치한 길을 지나가려면 한옥 정문을 통해 가옥을 가로질러 가야 한다. 예전 삼성과 CJ가 사이가 좋았을때는 사이좋게 이 길을 지나 선영에서 추모식을 치뤘다. 추모식이 끝난 뒤에는 일가가 함께 모여 한옥에서 식사도 했다.

하지만 양쪽의 감정이 악화 되면서 삼성측에서 한옥을 범 삼성가에 개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지난 24년간 항상 한옥을 지나 선영에서 참배를 한 뒤 범 삼성 일가가 함께 식사를 했던 것이 관례"라며 "가족간 조율없이 삼성이 일방적으로 이렇게 한옥을 비롯해 길까지 이용하지 말라는 것은 심히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측은 추모식에 참석하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어쩔수 없었다고 답변하고 있다. 각 그룹마다 주요 경영진이 추모식에 함께 참석하며 복잡하다 보니 시간을 나눴고 한옥의 경우 엄연한 사유재산이다 보니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통보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소송전으로 얼룩진 감정이 가득하다. 이재현 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자신을 미행했다며 비난한 것이나 이건희 회장이 이재현 회장의 아버지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을 상대로 "집안에서 퇴출된 사람" 등의 격한 반응까지 이어진터에 화기애애하게 한옥에서 함께 밥상을 같이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선영에는 정문, 후문이라고 표현할만한 것도 없고 오히려 한옥을 통과하지 않는 길이 선영에서는 더 가깝다"면서 "아예 선영으로 가는 길을 막아 추모식을 방해한 것도 아니고 개인 사유재산을 지나가지 말라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대선정국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삼성과 CJ의 감정싸움이 이어지자 당혹스런 표정이다. 여론도 심상치 않다. 국내 최고 기업들의 감정싸움에 비난의 눈길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대선을 앞둔 현재 각 후보 진영들이 연일 재벌 개혁론을 내 놓으며 재계를 압박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면서 "고인의 뜻을 기려 아무쪼록 양쪽다 조금씩 양보해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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