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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태의 좌충우돌 대선雜記]뭘 위한 단일화요? M과 A, M&A 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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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만 물어봅시다 ①정권잡기 野合이오? ②개혁민심 統合이오?
세가지만 더 물읍시다 ①두사람, 같은 코드요? ②다른 속셈 없소? ③집권 후까지 책임질 거요?


◆어떤 단일화이냐가 중요
야권의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만난다. 문재인 후보의 끈질긴 요청에 마침내 안철수 후보가 감췄던 손을 내민 격이다. 당장 본격적 단일화 국면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는 것은 이르다. 안 후보가 내리막 지지도에서, 그것도 생각보다 일찍 역제안한 것인 만큼 야권 지지층의 단일화 요구에 밀려 내놓은 임시 제스처일 수도 있다. 이 경우 민주통합당으로서는 받기 힘든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만일 만나기만 할 뿐 양측 협상대표가 정해지는 등의 후속조치가 뚜렷하지 않으면 안 후보 측으로서는 당장의 국면 넘기기란 비난을 받게 된다. 결과가 시원치 않으면 되레 역풍을 맞는다는 얘기이다. 게다가 배석자 없는 단독회동이라는 것도 좋지 않다. 서로 말이 달라져도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 없게 된다. 또 이런 경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밀약설' 등이 만남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 물론 반대로 이번 만남이 대선의 최대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그 경우 민주당과 대선을 함께 치르고 그 이후까지 협력하겠다는 포괄적 정치연합의 선언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야권의 후보단일화가 이뤄진다고 해서 대선승패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문, 안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야권 단일후보가 돼도 박근혜 후보를 쉽게 이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후 '어떤 단일화가 되느냐'가 이번 대선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단일화를 통해 야권후보가 승리한다면 이후의 정치연합 과정은 국정운영과 국민의 삶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묻지마 단일화는 안 돼

야권 단일화는 정치사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7년 대선에서 이른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이라고 불리는 정치연합을 통해 집권했다. 이어 2002년에는 노무현, 정몽준 후보 간의 단일화가 이뤄졌다. 이러한 단일화는 대선승리에는 기여했지만 그 결과는 실패로 평가받는다. 정체성도 모호했으며, 연합이 끝까지 지속되지 못해 책임정치도 이루지 못했다. 노ㆍ정 단일화는 외교안보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를 이유로 선거 전날 정몽준 후보에 의해 파기됐다. 이로써 선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25%가량이었던 정몽준 후보의 지지층이 가졌던 정치적 의미나 요구는 사라졌다. 당연히 다음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반영되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는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었다. 당장 새 정부가 자신들의 정책추진에 필요한 든든한 지지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좌측 깜박이 켜고 우회전'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상징하듯이 참여정부는 그야말로 만성적 정체성 논란에 시달렸다. 이는 기대가 각기 다른 국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원칙도 책임도 없는 '묻지마 단일화'가 빚어낸 결과였다고도 볼 만하다.
◆정체성ㆍ투명성ㆍ책임성 충족하는 단일화돼야

그런 점에서 후보 단일화를 통한 정치연합은 먼저 노선과 가치를 합의하고(정책연합), 후보단일화를 거쳐(선거연합), 공동정부의 단계(정부연합)까지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내친 김에 예비내각을 발표하는 등 세력연합까지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번 단일화 논의가 어느 단계까지 갈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분명치 않다. 어쨌든 문재인, 안철수 양 후보가 단일화에 앞서 가치나 철학을 한데 모으겠다고 나선 것은 여러모로 진전된 것이며 다행스러운 것이다. 단일화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 선거연합 또는 정치연합은 분명 이에 참여한 후보 및 정치세력, 그리고 그 지지층의 요구가 최대한 반영돼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단일화의 과정에는 국민이 빠지면 안 된다. 또 이러한 연합을 통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이를 지지한 유권자층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정권이 끝날 때까지 이러한 연합은 지속돼야 한다.
 과거의 사례에서 볼 때, 그리고 원칙적으로 국민이 이기는 단일화가 되는 데 필요한 3가지 조건이 있다. 바로 '정체성, 투명성, 책임성'이다. 먼저 단일화를 통해 만들어진 정치연합의 정체성을 뚜렷이 밝혀 국민들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막상 선택하고 나서 기대와 다른 정부가 나와서는 안 된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단일화의 첫 번째 조건이다. 다음은 정체성과 더불어 모든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즉 이 같은 연합이 정치공학적인 야합이나 정략적 거래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어야 한다. 또 과거처럼 내각제 이면합의 등이 감춰져서도 안 된다. 모든 것을 보여주고 나서 이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이렇게 만들어진 정치연합은 특정 정치세력이 승리하는 데만 의미를 둬서는 안 되며 정부연합까지 이어져 책임정치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단일화를 통해 만들어진 정치연합이 이러한 세 가지 요건을 바탕으로 탄탄히 구축된다면 단일화 방식 자체가 국민들로서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으며, 또 그 자체가 전략적으로도 야권후보의 경쟁력을 높인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안과 문 중 누가 이기는 것이 아니다. 또 박근혜 후보를 이기는 것만이 목표가 될 수도 없다. 국민들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이 승리하는 단일화가 좋은 단일화이다.



김헌태 정치평론가ㆍ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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