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이승엽, 그는 돌아오길 잘했다
[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내년에 가장 듣고 싶은 소리는 '돌아오길 잘했다'라는 말이다. 팀의 우승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
지난해 12월 국내 복귀 당시 이승엽(삼성)의 다짐이다. 11개월 뒤, 그는 10년 만에 다시 우승반지를 꼈다. '라이언킹'은 약속을 지켜냈다.
사실 올해 초만 해도 그의 복귀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국민타자'란 별명과는 별개였다. 냉정히 말해 전성기를 지난 36살의 타자이니 무리도 아니었다.
기우였다. 이승엽은 '명불허전'의 뜻을 그대로 보여줬다. 페넌트레이스 타율 0.307 21홈런 85타점, 결장은 여섯 차례에 불과했다. '사자 군단'의 중심타선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10년 만에 밟은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승엽은 6경기에서 23타수 8안타(타율 0.348) 7타점 4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시리즈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주인공도 이승엽이었다. 1차전 1회 말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한국시리즈 복귀를 화려하게 알렸다. 삼성의 2연패를 예고하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6차전 4회 말, 4-0으로 앞선 가운데 2사 주자 만루 상황. 채병용의 4구째에 이승엽의 방망이가 경쾌하게 돌아갔다.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은 공은 그대로 펜스 상단을 때렸다. 세 명의 주자를 불러들이는 한 방. 3루에 닿은 이승엽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삼성의 2연패를 확정짓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축적된 경험과 탁월한 1루 수비는 덤이었다. 특히 5차전(2-1 승)에선 승리의 숨은 주역이었다. 4회초 1사 1·2루 위기에서 2루수 조동찬의 악송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곧바로 몸을 반쯤 일으켜 3루 주자의 홈인을 막는 홈 송구까지 선보였다. 결과적으로 삼성의 승리를 지켜내는 명수비였다.
결국 이승엽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한국 야구 최고의 스타였음에도 그간 받지 못한 유일한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 "이승엽은 돌아오길 잘했다"란 명제는 이제 진릿값을 갖는다.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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