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도산 공포
웅진에 놀란 가슴, 유동성 위기 소문만 듣고도 투매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웅진그룹 사태 이후 대기업 상장사들이 도산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일부 대기업 계열 상장사들 주가가 이상하락세를 보이면 미확인 부도소문이 더해져 추가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견 D그룹 계열 D사는 지난달 29∼30일 연속 하한가를 맞았다. 기관이 이틀간 130만주 가까이 순매도한 것이 하한가 추락의 직접적 원인이었다. 상반기 실적도 흑자전환하는 등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대규모 매도 물량은 D사의 유동성 위기 소문으로 비화됐다. 모기업인 또 다른 D사의 동반 하한가는 이같은 우려를 더욱 증폭시켰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실적보다 수급, 즉 일부 기관투자가들의 손절매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고 한국거래소도 D사는 당좌를 개설해 쓰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확인한 후에야 주가는 반등에 간신히 성공했다.
1개월 전 똑같은 상황을 맞은 H사는 아직도 주가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9월28일 H사는 장종료 30분을 남기고 갑자기 11.11%나 폭락했다. 183만주 넘게 나온 기관의 순매도 물량이 주가에 직격탄을 날렸다. 기관이 중심에 선 투매는 H사처럼 유동성이나 재무구조가 안 좋아보이는 기업들을 금융당국에서 감사를 했다는 이야기가 퍼진 것이 결정타가 됐다. 이후 H사에 대한 유동성 위기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주가는 내리막길을 벗어나지 못한 채 1만2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차례 구조조정을 거친 건설사들도 원ㆍ달러 환율의 급락으로 다시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환율 급락은 해외수주로 버티던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의 수주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년 3월에는 3조원에 달하는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정부가 제때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내년초 건설사들의 연쇄부도가 걱정된다"는 우려를 표시하기도 할 정도다.
이미 올 들어서만 풍림산업, 삼환기업, 남광토건, 벽산건설, 극동건설 등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중앙건설은 주가가 액면가의 20% 이하인 상태가 한달 이상 지속되면서 상장폐지 위협까지 받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주가가 1000원도 안되는 진흥기업 등에 매수세가 몰리는 '묻지마 건설주 투자' 행태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최상위 그룹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그룹 계열사들에 대해서는 조금만 소문이 좋지 않아도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된다"며 "더구나 정보력에서 한발 앞서는 기관투자자들이 물량을 대거 내놓으면서 급락할 경우, 다른 투자자들은 함께 투매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기설이 실제 위기로 변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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