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페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속 알빈드 서브라마니안과 마틴 케슬러 연구원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신흥국에서 달러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는 반면 위안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이런 경향은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동아시아 10개국 가운데 한국ㆍ인도네시아ㆍ대만ㆍ말레이시아ㆍ싱가포르ㆍ태국 화폐의 경우 달러보다 위안에 강한 동조 흐름을 나타냈다. 이 가운데서도 한국의 원화가 위안에 가장 강력한 동조 흐름을 보였다.
동아시아에서 위안보다 달러에 좀더 강한 동조 흐름을 보인 나라는 홍콩ㆍ베트남ㆍ몽고 뿐이다. 그 동안 동아시아가 미국 뒷마당으로 여겨져온 점을 감안하면 동아시아가 위안 블록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은 큰 변화다.
서브라마니안과 케슬러 연구원은 "중국이 금융시장ㆍ환율을 자유화할 경우 위안화의 세계화가 좀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이미 세계적인 경제대국인데다 수출과 신용에서도 세계 최대 국가이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일본 경제의 부침을 예로 들면서 중국의 부상이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두 연구원은 "일본 엔의 경우 동아시아에서 블록을 형성한 적이 없지만 중국 위안은 다르다"고 말한다.
게다가 연구진은 동아시아의 위안 블록화 현상이 현지 국가들에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을 강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 동안 중국이 정치ㆍ안보에서 주변국들의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정치 요인보다 경제 요인이 국가관계에 크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뒷마당으로 머무는 기간은 짧아질 수도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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