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시대의 화두다. 누구나 소통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소통이 다 소통되지는 않는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는 어떨까. 대선의 시대정신이 '직전 5년간 집권했던 정치세력에게 가장 결핍돼 있는 점의 극복'이라면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소통'이다. 이명박 정부가 가장 부족했던 게 '소통'이었다는 점에서.
기업의 흥망성쇠도 기본적으로 고객과의 '소통'에 달려있다. 외부고객은 물론 내부고객과 소통이 되느냐가 그 기업의 시장에서의 성공 나아가 지속 가능성마저 결정한다. 커뮤니케이션 부서나 대외 창구 역할을 하는 홍보실의 위상이 나날이 커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교장선생님 훈시를 싫어하는 이유와 직장인들이 사장님 말씀을 지루해하는 이유가 똑같다고 한다. 부모나 사장이나 '옳은 이야기'만 한다는 것이다. 공부 열심히 해라, 일 열심히 해라, 주인의식을 가져라 등등. 그런데 이 '맞는 얘기'를 또 '가르치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은 부모의 말을 싫어하고, 직장인은 사장의 말을 달갑게 듣지 않는다. 울림이 없는 '옳은 얘기'가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질 리 없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페이스북에 이처럼 '좋은 말씀' '옳은 말씀'을 올려 불특정 다수를 가르치려 한다.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페이스북이 오히려 소외의 도구로 쓰이는 재미있는 현실이다.
"자, 위기의식을 갖고 일 합시다. 지금 회사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부장님, 일 하느라 너무 힘듭니다."
"뭐? 부장인 나는 더 힘들어, 이 사람들아. 지금 글로벌 위기야. 다 힘들단 말야."
"여보, 요새 나 힘들어."
"뭐? 나는 당신 만나서 더 힘들어. 그때 결혼을 잘못해서 20년째 이 고생이야."
소통되지 않는 대화는 겉돌게 마련이다. 서로의 눈을 보고 얘기한다고 해도 즐겁지 않다. 대선 후보들의 국민에 대한 정견 발표나 기업의 고객에 대한 소통이 혹시 이런 식이 아닌지. 부부간의 대화나 자녀와의 식사 자리가 이렇게 흘러가지는 않는지. 나부터 소통 방식을 되돌아볼 일이다.
이의철 부국장 겸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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