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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서만 35년..'김치 브라더스' 이끄는 IB 큰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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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 세계로 뛴다 <2>KDB산업은행

1977년 진출..현지 터줏대감
HSBC·SC 등과 치열한 경쟁
한국계 은행과 동반자 관계


▲김영모 KDB아시아 사장

▲김영모 KDB아시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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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김은별기자] 홍콩섬 센트럴 파이낸스가 중심에 위치한 TWO IFC빌딩 20층. 산업은행 홍콩 법인(KDB Asia)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산업은행 필리핀 사무소로부터 걸려온 전화다. "괜찮은 대출 물건이 있는데 실사가 필요하다"는 연락이었다.
전화통화가 끝나자 마자 산업은행 홍콩 법인 소속 언더라이팅 담당자는 현지 항공기를 예약했다. 또 하나의 신디케이티드론 실적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지난 1977년 홍콩에 진출해 이 곳의 터줏대감이 된 산업은행의 주요 업무는 유가증권 발행주선과 트레이딩, 중국지역 투자 등이다.

설립 35년이라는 세월의 깊이만큼 투자은행(IB)에 대한 산업은행 홍콩법인의 노하우와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를 바탕으로 홍콩과 중국 뿐 아니라 인근 아시아 전역으로까지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필리핀 계약도 이와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홍콩 지역에 함께 합류한 여타 국내 시중은행과 힘을 합쳐 공동 실적도 이끌어 내고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원칙이 홍콩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IB는 국력이다 = 홍콩은 전세계 은행들이 앞다퉈 IB센터를 설립하는 곳이다. 산업은행 역시 큰 꿈을 갖고, 35년 전 홍콩의 마천루 속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세계 금융의 거목으로 불리는 HSBC, 씨티은행 등 쟁쟁한 외국계 은행들과 경쟁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영모 산업은행 홍콩법인 사장(법인장)은 "사실 금리 조건으로만 따지면 쟁쟁한 메이저 은행과 경쟁하기는 쉽지가 않다"며 "친화력을 발휘해 함께 신디케이티드론에 들어가는 전략, 현지 알짜 물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홍콩에 진출한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리보금리+100bp 수준이다. 그러나 산업은행 등 한국계 은행은 조달금리가 리보금리+100bp 수준이다. 원천적으로 금리 경쟁력이 떨어진다.

김 사장은 "최소한 신용등급이 AA(더블에이) 수준은 돼야 HSBC, SC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최근 국가 신용등급이 오르면서 상황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산업은행 홍콩 법인은 유난히 현지 직원이 많다. 전체 33명의 직원 중 현지 직원이 23명이나 된다. 보통 시중은행들이 해외 법인의 매니저급 직원을 모두 한국인으로 정하는 것과는 달리 산업은행은 매니저급 이상도 현지직원을 기용했다. 유능한 현지 직원을 확보해야 현지 영업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김 사장은 "최근 중국건설은행의 홍콩 투자은행이 투자 자금을 필요로 해 딜을 따냈다"며 "이와 같은 딜은 중국현지 직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현지인 적극 활용은 실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0년 말 20.4% 수준이던 비한국계 대출 비중이 지난해 말에는 25.0%로 4.6%포인트 증가했다.

IB 실적 또한 증가하고 있다. 2010년 말 총 주선건수 14건, 주선금액 3억3000만달러이던 IB실적이 지난해 말에는 17건, 8억4400만달러로 증가했다. IB 수수료 수입 또한 329만 7000달러에서 429만7000달러로 늘었다.

외환과 에이전시 중심으로만 영업하던 주 수입원이 IB업무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김 사장은 "결국 IB는 국력과 일맥상통한다"며 "국력에 따라 IB실적이 1차적으로 결정되며, IB의 능력에 따라 국제금융계에서의 국가 브랜드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KDB 아시아가 위치한 홍콩 TWO IFC 빌딩

▲KDB 아시아가 위치한 홍콩 TWO IFC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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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브라더스(Kimchi Brothers)'를 아시나요 = 산업은행은 홍콩에 진출한 국내 은행 중 '맏형'이다. 국책은행이라는 점에서 딜을 주도적으로 주선하는 경우가 많다. 심사인력 또한 많아 현지 물건을 평가하는 데 독보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

홍콩에 진출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조달금리도 비교적 낮고 딜을 주선하기에도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처음 홍콩에 진출하는 국내은행들이 산업은행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사장은 "최근에는 타 시중은행들의 위상도 높아져 서로 딜을 주고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졌다"며 "경쟁이 치열한 홍콩 시장에서 한국 은행들은 함께 잘 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서로 경쟁자이자 든든한 동반자이기 때문에, 한국계 은행에서 파견된 주재원들은 식사를 자주 하며 소주를 종종 기울이기도 한다. 스스로를 '김치 브라더스'라 지칭하는 이들은 간단한 안부에서부터 IB의 미래에 대한 걱정어린 토론까지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곤 한다.

김 사장은 올해까지는 순조로운 홍콩시장이, 올해 말과 내년 초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유럽발 금융위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혼돈의 시기이지만 역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시기. KDB Asia가 '김치브라더스'의 맏형 자리를 지키고 있는 홍콩은 든든해 보였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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