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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열광했다 … '엄마들의 포르노' 패러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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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유머 '그레이의 50가지 창고'

(출처: Colin Trevor Grey의 트위터 @50ShedsofG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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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 그녀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처음엔 부드럽게 문지르는 듯 하더니 점점 거칠어졌다. 나는 흥분에 겨워 탄성을 질렀다. "이쪽 신발도 닦아줘!"(8월25일)

# "거긴 안돼!" 그녀가 주먹을 꽉 쥐고 의자에 매달린 채 소리쳤다. "아, 거기, 거기…. 월리(애완동물로 추정)가 도대체 어디로 간거야?"(9월16일)
# 그녀의 입술이 닿을 때마다 길어지면서 부풀어 올랐다. 그녀가 쥐어짜듯 있는 힘껏 불어넣을 때 나도 숨이 멎는 듯 했다. 세상에서 제일 거대한 기린 모양의 풍선이었다.(9월18일)

'엄마들의 포르노'라 불리는 화제의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를 패러디한 '그레이의 50가지 창고(Fifty Sheds of Grey)'라는 책이 등장했다.

'별로 현대적이지 않은 남성을 위한 에로틱 소설'이라는 수식어를 단 이 책은 트위터에서 먼저 유명세를 탄 뒤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됐다.
가상의 저자 콜린 트레보 그레이(Colin Trevor Grey)는 스스로를 '열정적인 정원사이자 아마추어 창고 소유자'라고 소개한다.

진짜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한창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지난 6월, 그는 트위터에 멋있는 창고 사진과 성적인 유머가 섞인 글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자신의 직업인 원예와 관련되거나 소소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였다. 주로 정원이나 창고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했다. 언뜻 야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법한 성적인 표현과 비유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알고 보면 상상 속의 여인이 더러워진 부츠를 닦아준다거나, 애완견을 잃어버려 애타게 찾는다거나, 커다란 풍선을 부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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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게재한 사진들도 모두 일반적인 창고를 찍은 것이었다. 오래된 저택 한 켠에 자리한 낡은 창고, 저녁 석양을 받아 유리창이 반짝이는 창고, 물 위에 지어진 창고, 또는 최신식으로 깔끔하게 단장한 창고 등 그 생김새나 배경이 저절로 눈길이 갈 만큼 멋있고 매력적이다 보니 '섹시하다'는 표현을 썼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레이의 트위터 멘션이 입소문을 타면서 팔로워가 급속도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무려 9만명이 넘는 트친들이 목을 빼고 그의 글이 올라오길 기다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제목에서 '그림자(Shades)'라는 단어를 살짝 바꾼 '창고(Sheds)'는 여성성에 대비되는 남성성의 의미를 갖고 있다.

멋진 창고, 또는 차고는 남자들의 로망으로 여겨져 왔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는 오래된 잡동사니와 함께 무엇이든 뚝딱뚝딱 고쳐낼 수 있는 각종 공구들이 갖춰져 있는, 그러면서도 때로는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소로 그려지곤 한다.

물론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등장하는 '수갑'이나 '채찍'처럼 '창고'는 남성들의 성적 환타지가 투영된 공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동시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처럼 부자이고 비현실적으로 잘생기기까지 한 그레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직업은 정원사에, 시덥잖은 농담이나 늘어 놓는 평범한 그레이도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레이가 책을 내기로 결심한 데에는 아내가 그레이 시리즈에 푹 빠져 있다는 불만도 작용했다.

언론과의 가상 인터뷰에서 그는 "아내가 그 책을 읽기 전까지는 비교적 평안한 일상을 보냈다. 하지만 아내가 책을 접한 뒤로, 나는 내 창고에 홀로 않아 트위터나 하고 있다. 내가 평화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바로 창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레이 시리즈에 열광하는 주부들이 책을 읽느라 집안일을 제쳐두고 남편에게도 소홀히 한다"는 남성들의 불만이 결국 패러디 유머집을 낳은 셈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레이의 50가지 창고' 책은 서점에서 9.99유로(약 1만4400원), 전자책의 경우 99페니(약 1800원) 정도에 살 수 있다.

아마존닷컴에는 "남자라면 꼭 읽어야 할 책", "나도 내 창고를 갖고 싶다", "정말 재밌다, 모든 문장이 웃기다" 등과 같은 독자후기가 올라와 있다.

☞ 가상의 저자 Colin Trevor Grey의 트위터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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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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