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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CEO '나는 OO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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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색 잘 버무린 '맛있는 경영' 들여다보니...

식품업계 CEO '나는 OO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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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이현주 기자]최근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각 지역 특색을 경영방식에 그대로 도입해 성공한 식품업계 수장들의 '지역스타일'이 관심을 끌고 있다.

무뚝뚝하면서 특유의 화끈함으로 무장한 경상도스타일부터 진중하고 여유가 넘치는 충청도스타일, 눈치 백단의 전라도스타일, 배려심 많은 강원도스타일, 합리적이면서 세련된 서울스타일, 허례허식이 없고 실질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이북스타일까지 식품업계 수장들의 경영방식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이 고향인 신춘호 농심 회장은 경상도 사나이답게 경영방식도 화통하다. 경상도 사나이다운 외골수적 기질로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있으면 법이라 할지라도 참는 경우가 없다. 신(辛)라면이 출시될 당시 신 회장은 "내 성을 팔자는 게 아이고, 좋은 제품을 소비자들이 잘 알아보도록 하자는 거지예. 사소한 일에 연연해서 큰일을 그르치지 마입시더"라며 식품의 상품명 표시는 한글로 해야 하고 외국어를 병기하고자 할 때 한글표시보다 크게 할 수 없는 규정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해 바꿨다. 이에 주변에서는 라면을 팔기 위해 성(姓)까지 팔아먹는다는 비난까지 받았지만 신 회장은 경상도 사나이 특유의 '깡'으로 밀어붙였다. 그 결과 신라면은 출시 첫해 석 달 동안 3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고, 국내 라면시장 1위 제품으로 뛰어 올랐다.

'제2회 자랑스런 충청인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은 충청도 사나이 특유의 여유로, 모든 일을 기다릴 줄 아는 수장이다. 이것이 한국야쿠르트에 장수 식품이 많은 이유기도 하다. 한국야쿠르트의 대표 발효유인 야쿠르트는 41년째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제품이다. 특히 발효유는 연구기간이 길다는 어려움이 있음에도 이를 잘 참고 기다린 수장의 마인드가 야쿠르트를 키웠다는 평가다. 최근에도 한국야쿠르트는 신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지 않고 기존 제품 홍보에 주력한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지금은 사실상 오너 경영 체제도 아니기 때문에 회장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지는 않지만 회사 전체적인 분위기는 회장의 생각이 녹아들어 진행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눈치 백단의 품격을 갖춘 전라도 광주 출신의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국악의 본 고장인 전라도 출신답게 국악과 판소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수장으로 유명하다. 국악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도 경영에 접목시켜 '아트 경영'을 몸소 실천할 정도다. 윤 회장은 지난 6월 일본 도쿄에서 국악 명인 14명으로 구성된 '양주풍류악회'의 전통 국악 공연을 직접 개최하는 등 'AQ(Artistic Quotientㆍ예술가적 지수) 모닝아카데미'를 열어 임직원들과의 스킨쉽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배려심 많은 강원도 사나이인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은 이북이 고향이지만 강원도 철원 출신이다. 전 회장의 경영방식은 강원도 사나이답게 순박함이 회사 전체에 묻어난다. 전 회장은 자연과 인간이 하나 돼야 한다는 경영 이념으로 강원도 대관령에 삼양목장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무료로 개방하는 등 정도 경영을 통해 언제나 자연과 함께하는 식품을 만들어 나간다.

이북 출신인 김복용 전 매일유업 회장과 함태호 오뚜기 회장은 허례허식이 없고, 실질적인 것을 중시하는 수장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함 회장은 이북스타일을 지향하는 수장으로 오뚜기는 '국민 식생활 향상에 이바지'라는 기업 이념에 맞춰 오로지 식품만 고집하고 있다. 카레, 케첩, 마요네즈, 라면 등 오뚜기의 제품 중에서는 웬만한 식품군에 없는 것이 없을 정도다. 무엇보다 검소한 함 회장의 이북스타일로 오뚜기는 사옥도 최근에 마련하는 등 건물을 다른 기업들에게는 임대해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합리적이고 세련된 문화를 지향하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서울 사나이로 회사의 문화를 주도해 만들고 있다. 이 회장은 국내 최초로 '님 호칭'을 도입했고, 금연과 절주, 운동, 겸허, 품격, 글로벌, 트렌트, 문화생활, 리프레시 등 9개 라이프스타일을 직원들에게 제시했다. 특히 '봐야지(Voyage)' 제도는 눈에 띈다. 한 달에 100명씩 근무 성적이 우수한 직원을 선발해 뮤지컬ㆍ영화ㆍ공연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 관람 기회를 주는 것이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주요사업인 문화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트렌디한 문화감각과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 것은 이 회장의 '문화기업' 슬로건과 무관하지 않다"며 "이 회장은 슬로건만 문화기업을 외쳐서는 안 된다. 직원들이 먼저 문화기업에 맞는 회사 생활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항상 피력한다고 전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수장들의 경영방식을 보면 지역 특색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며 "일선에서 물러난 수장들도 자식들에게 기업을 넘겨주면서 기존의 경영방식을 그대로 물려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
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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