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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구제금융 신청에 신중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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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유럽중앙은행(ECB) 재정위기국의 스페인을 겨냥해 국채를 사들이기로 했지만 정작 스페인은 대단히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10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ECB의 ‘무제한’ 국채매입에 소식에도 10일 밤 늦게 TV인터뷰에서 “구제금융이 필요한지 검토해야 하는 만큼 아직 구제금융신청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그런 문제에서는 신중해야 하며 가볍게 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라호이 총리가 이처럼 신중한 데는 금융과 정치측면의 이유가 있다.

우선, 그는 ECB의 국채매입 효과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유로존(유로 사용 17개국) 국채위기 이후 ECB는 그리스 국채 약 500억 유로를 포함해 재정 취약국 국채 2000억 유로(미화 2550억 달러) 이상을 매입했다. 그런데도 별로 내세울 게 없다.
라호이 총리는 이번 국채매입이 다른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다.

둘째는 채권매입 폭이다. ECB는 ‘무제한’이라고 밝혔지만,국채매입 대상국의 재정적자 감축 일정(타임테이블)에 맞추기 위해 잔존만기 1~3년의 채권으로 한정했다.
FT는 스페인의 경우 전체 국채의 3분의 2가 만기가 그 이상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스페인의 관점에서 채권매입은 무제한이 아니라 스페인이 발행한 채권의 일부에 국한되는 ‘제한된’ 것일 수밖에 없다.

라호이가 꺼릴 이유는 또 있다. 스페인이 ECB의 도움을 받으려면 유럽안정화기구(ESM)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까다로운 지원조건을 유럽연합 공무원, 나아가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의해야 할 수도 있다.

스페인 국민들도 긴축에 대한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라호이 정부가 지난 7월 유럽연합과 재정적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합의한 65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축소와 새로운 세금도입을 골자로 하는 긴축안을 발표한 이후 성난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바로셀로나에서는 11일 ‘유럽의 새로운 국가 카탈로니아’를 내건 대규모 집회가 벌어질 예정이다.

더욱이 다음달 두 번의 지방선거가 있다.그의 고향인 갈리시아와 바스크 지방의 선거가 그것이다. 특히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바스크지방 선거에서 무소속 빌두가 부상하는 투표결과가 나오면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당내 지역 인사들의 반발도 부담스럽다. 엑트레만두라 지역의 지도자인 호세 안토니오 모나고는 지난 주말 1일부터 발효하는 소비세 인상안을 선별 적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마디로 실업률이 거의 25%인데다 근 2년 동안 침체상태인 스페인의 유권자들은 ECB프로그램이라는 미명하에 외부에서 가해지는 경제 ‘규율’을 받아들일 기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ECB의 지원이 이미 감수한 고통에 대한 보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ING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클리프는 “스페인 사람들은 스페인도 그리스사람처럼 되고,피를 수혈받는 대가로 팔을 잘라내야만 할 것이라고 염려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라호이는 도박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ECB가 개입할 것이라는 것을 투자자들이 아는 이상, 스페인 국채 수익률은 하락하고, 스페인은 채권시장에서 편안하게 자금조달을 할 수 있게 되면 굳이 ECB프로그램에 손을 벌릴 필요가 없어 진다.

그렇지만 10월에 200억 유로의 국채 만기가 돌아오고 내년의 자금 수요 1800억 유로의 절반정도를 커버하기 위해서는 결국 ECB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FT는 결론내렸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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