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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상권 2.3km, 대형마트가 5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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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앞두고 지역상인들 ‘결사반대!’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서울 마포구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을 앞두고 지역상인들과 홈플러스 사이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마트에 지역상권이 잠식된다는 상인들과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다는 홈플러스 측이 팽팽히 맞서는 실정이다. 여기에 ‘경제민주화’ 기운까지 더해져 관할인 마포구와 서울시의회는 물론 정치권까지 합세하는 모습이다.

현재 마포구 내에는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내 홈플러스 월드컵점과 망원역 인근 SSM(기업형 슈퍼마켓)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총 4개의 대형마트가 영업 중이다.
홈플러스 합정점까지 문을 열면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반경 2.3km 내에 홈플러스 이름으로만 5개의 대형마트가 자리하게 된다. 시장상인들 사이에서 ‘마포구는 홈플러스구’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구나 입점 예고된 홈플러스 합정점과 망원시장 사이 거리는 불과 67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에 시장상인들은 ‘결사반대’를 외치며 생존권 항전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0일 이후 약 보름 동안은 입점 예정지인 합정역 인근 메세나폴리스 건물 앞에서 천막농성까지 벌였다.

▲ 지난 19일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예정지인 합정역 인근 메세나폴리스 앞에서 지역상인들이 집회를 갖고 있다.

▲ 지난 19일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예정지인 합정역 인근 메세나폴리스 앞에서 지역상인들이 집회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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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은 연매출이 4860억원에 이르는 월드컵점에 이어 유사한 규모의 합정점까지 들어서면 지역상권은 모조리 무너진다고 주장한다. 합정점의 경우 월드컵점(1만5480m²)에 버금가는 1만4295m² 규모로 메세나폴리스 지하에 8월 말 입점이 예고돼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29일 오후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곳곳에는 입점 반대 플래카드가 내걸린 상태다. 시장 내 상가들과 전봇대, 벽면에도 이를 홍보하는 포스터가 붙었고, 일부 상인들은 단체 제작한 ‘합정동 홈플러스 NO!’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영업에 나서기도 했다.

조태섭 망원시장 상인회장은 “인근에 홈플러스가 한두 군데면 말도 안 하는데 상암에도 있고 망원역 쪽에도 SSM이 있는 상황에서 시장 코앞에 또 대형마트가 들어올 필요가 있는 것이냐”며 “1차 상품 업종은 양보해 달라는 절충안마저도 홈플러스는 수용할 뜻이 없다며 상인들의 양보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조 회장은 이 시장에서 18년째 의류 관련 업체를 운영 중이다.

중소기업청의 개입으로 절충안이 마련된 건 지난달이었다. 전체 면적을 활용하되 면적의 절반은 지역상권을 위해 IT 업종 등으로 전문화 해 입점하거나, 야채·과일·정육·생선 등 1차 상품 판매를 포기해 달라는 게 타협안의 주 내용이었다.
하지만 홈플러스 측이 난색을 표하면서 협상은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망원시장에서 20년 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서정래 상인회 대책팀장은 “1980년대 이후부터 월드컵경기장이 들어서기까지 이 지역 상권형성을 위해 상인들이 수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다”면서 “이런 노력의 시간을 홈플러스는 오로지 자본의 논리를 앞세워 잠식해 버리려 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 29일 망원동 망원시장에 홈플러스 합정점 입대 반대 내용을 담은 포스터가 붙어 있다.

▲ 29일 망원동 망원시장에 홈플러스 합정점 입대 반대 내용을 담은 포스터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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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의 반발에 홈플러스 측은 필요한 모든 법적절차를 마친 상황에서 입점 무효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측이 입점을 위해 건축허가를 받은 건 지난 2007년 5월. 이후 2010년 11월과 이듬해 6월 국회에서 유통상업발전법 개정으로 전통상업 보존구역 내 대형마트 입점 금지가 500m에서 1km로 확대됐고, 그 사이 관할인 마포구는 지난해 4월 관련 조례를 제정·공포했다.

홈플러스 측이 마포구로부터 영업허가를 받은 건 2011년 1월이다. 이에 홈플러스는 조례가 공포되기 3개월 전에 등록을 마쳐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포구 시장관리팀 관계자는 “(홈플러스 측의) 법적 절차가 다 이뤄져 이를 뒤집을 근거는 없다”면서 “상인들 입장에선 물리적 저지 말고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홈플러스는 새롭게 변화하는 구매환경에 맞춰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상호경쟁을 통해 지역상권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입점 소식이 알려진 이후 상인들의 반발이 워낙 심해 예정된 8월 말 입점에는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역상인들의 반발이 심한 상황에서 현재로선 구체적인 입점 시기가 나올 수 없다”며 “상인들의 어려움이 있고, 국가적으로 상생에 대한 요구와 의지가 높아지고 있어 추가적으로 상인들과 협상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시장상인 측과 홈플러스 간 추가협상은 예정돼 있지 않은 상태다. 서로 분위기를 살피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한편,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상인들은 30일 오후 상인회사무실로 대책위원들을 소집해 정기 대책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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